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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19) 한미경, “좋아하는 것과 함께 천천히 사는 삶을 권한다”

헤르만 헤세, 헤세처럼(가위바위보, 2021)

마을 할머니 친구들이 차 마시고 가라고 잡으면 못 이기는 척 마을경로당 마루에 걸터앉아 나누는 수다에 도끼자루 썩히고 있다는 한미경 씨. 아래는 그와 나눈 얘기다.

자기소개 해달라.
합천 삼가로 귀농한지 15년 접어드는 새댁이다. 모두 ‘새댁’이라고 말씀해 주시니 그냥 새댁으로 남고 싶다. 어쩌다보니 막내 주민이 되어 할머니 친구들, 할아버지 오빠들과 지내고 있다. 처음엔 주민들과 갈등이 좀 있었지만 요즘은 잘 지내고 있고 어떤 부분은 지금도 극복해내고 있는 중이다.

어떤 책을 권하겠는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으면 책 내용에 빠져 문장에 심취하는 게 아니라 글씨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책을 읽을 거면 뭐하러 귀한 시간을 드려 이 짓을 하나 싶었다. 집중할 게 없을까 찾던 중 sns에서 필사모임을 알게 됐다. 거기서 『헤세처럼』을 접하게 되었고 책도 주문했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보니 내 책을 가질 때의 포만감이 너무도 그리웠다. 내가 사는 곳에도 많은 책은 없더라도 편한 공간에서 책을 사고 볼 수 있는 작은 독립서점이 들어선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할 것 같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 좋은 글귀가 있고, 그 옆 페이지에 필사하도록 되어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필사를 한다. 새로운 습관이다. 읽고 밑줄 쳐 보고 만년필로 천천히 써 내려 간다. 가끔은 내 생각도 곁들인다. 새삼 나는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이후에도 필사를 계속 하고 싶다.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보고 밑줄쳐보고 사각거리는 만년필로 노트에 옮겨 적고 그 글을 음미하는 게 너무도 행복한 경험이었다. 빠르게 읽고 많이 읽는 게 능사는 아니더라. 하나를 곱씹어 가며 보내는 시간에도 행복이 있었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바쁘기만 했던 도시생활 접은 지도 10년을 훨씬 넘겼는데도 바쁜 마음을 버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읽고 쓰면서 천천히 해도 다 할 수 있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좀 걸려도 천천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 아닐까?/전병주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