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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건’ 군 공무원 증인 출석… 법정서 펼쳐진 ‘돌덩이’ 갑론을박

“폐기물이다 vs “전석이다”
피고 측 “시행사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 사업 무산은 다른 이유”
군 “전석 때문에 150억 원 증액+1년 공사 연장…말도 안 돼”
재판부 “재판과 관련 있는 질문 하라”
檢 “협의하면 될 일에 도망간 K씨…엄청난 수사력 낭비”

지난 12월 14일,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이하 호텔 사건) 관련 창원지법 거창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시행사 실 사주 K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피고 측 변호인과 증인으로 나선 군 관광진흥과 공무원들 사이에 터파기 공사 중 발견된 ‘돌덩이’를 두고 첨예한 심문과 진술이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A와 B씨는 이른바 ‘호텔 사건’ 고발 주체인 군을 대표해 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임했던 인물이다.
증인과 피고 측 변호인은 ‘돌덩이’를 지칭하는 표현부터 달랐다. 시행사 실 사주 K씨 변호인이 돌덩이를 두고 ‘폐기물’이라고 칭한 반면, 증인들은 ‘전석’이라고 표현했다.
K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폐기물을 치우기 위해 공사 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액을 요구 한 것’이란 취지로 주장하며 심문했고 증인들은 “폐기물이 아닌 전석이며 해당 내용 때문에 공사 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액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특히, 먼저 증인석에 앉은 B씨를 상대로 한 피고 측 변호인들의 심문은 1시간가량 이어졌고 특정 질문에 대해선 재판부로부터 재판과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증인 B씨에 대한 심문 시간이 길어지자 이어 착석한 증인 A씨의 심문은 간소화됐다.
공판정에서 펼쳐진 ‘돌덩이’ 공방을 이해하기 위해선 호텔 사업 관련해 시행사 측이 군을 상대로 ‘공사 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액’을 공식 거론했다는 지난 3월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군이 언론에 공개한 호텔 사업 진행 사항 문건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시행사 측은 군을 향해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관련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고 협의할 내용으로 땅 밑에 묻혀있던 전석 처리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어 3월 20일 시행사 측은 군을 방문해 150억 원의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12개월 연장을 요구했고 군은 20여일 후인 4월 11일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시행사 측에 통보했다는 것이 군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고 난 뒤 시행사 실 사주 K씨는 4월 19일부터 군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잠적했고 군의 고발장이 접수된 후 경찰에 체포되어 현재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날 공판정에서의 ‘돌덩이’ 공방 내면에는 호텔 사업 관련 ‘누가 적극성이 있고 없었나’를 재판부 앞에서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고 측 변호인들 주장을 정리해보면, 시행사 측은 호텔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이 담긴 정당한 요구에 대해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요구 사항을 불허해 결과적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일어났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K씨 측은 군에 돌덩이 관련한 공문을 보내기 전인 2022년 11월~12월부터 군이 인지했던 사안이라며 군이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했음을 강조했다.
K씨는 공소사실 상의 ‘사기’ 혐의를 벗기 위해선 사업을 하려했다는 의지를 주장해야 하는 위치다. 실제로 K씨 변호인의 증인 심문 과정 중 재판부가 개입하며 ‘질문 요지가 무엇인지, 공소 사실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묻자 K씨 변호인은 “사기죄로 공소 제기 됐는데 시행사는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시켰고 사업이 중단된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군 측 증인들은 K 씨 등이 불미스러운 자금 집행을 했고 무리한 요구 후 만남을 회피하는 등 호텔 사업을 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인 B씨는 “전석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뒤 대출금 집행 내역상의 설계비 등을 확인한 결과 부적절한 자금 집행 흔적을 발견했고 (의심스러운 상태에선)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 협의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K씨 변호인에 이어 다른 피고 측 변호인도 ’사업부지 문제는 군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돌덩이 문제를 연이어 거론하자 B씨는 “전석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할 시기에 K씨는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K씨가 나서야 군도 나서지 않냐”며 다소 격양된 표현을 내뱉기도 했다.
공판 종료 직전, 재판부가 다음 기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검찰 측이 이례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증인 심문 내용은 예상치 못한 폐기물 때문에 공사가 중단됐고 합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취지인 것 같다. 전석 때문에 문제가 됐다면 협의하면 될 일인데 (시행사 실 사주)K씨는 도주했고 그로인해 지명 수배, 출국 금지 등 엄청난 수사력이 낭비됐다”고 말하며 “지금에 와서 합천군 책임으로 돌리는 건 어떤 취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군 관계자는 “전석 문제는 시행사 측 공문이 왔었던 지난 3월경에 시공사 측이 다 치운 것으로 안다. 한 달 안에 치워질 전석 때문에 150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12개월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호텔을 짓던 현장은 현재 복토 공사가 완료된 관계로 돌덩이 매립과 처리 여부를 확인할 순 없는 상태다.
한편, 앞서 11월 9일 열렸던 공판에서 피고 측은 공소사실 상 피해자가 PF대출 대리금융기관인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행사 실 사주 K씨 등은 애초 배임ㆍ횡령 혐의(피해자: 시행사)로 고발된 후 수사 과정에서 사기(피해자: PF대출 대리금융기관)로 혐의가 변경돼 기소되며 재판을 받고 있어 피고 측의 주장은 사실상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경찰 수사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현 단계에서 공소 사실의 사기 혐의를 배임ㆍ횡령으로 변경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검찰이 ‘현 단계’라는 전제를 언급함에 따라 공판 과정에서 피고 측 혐의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본지 11월 23일자 보도 참고-‘호텔 사건’, 피해자 판가름 속도전…증인 출석 앞두고 고심 중인 군)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