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항상 나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자

이호석
논설위원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1970연대까지는 우리나라 경제는 정말 어려웠고, 개인 살림살이도 말이 아니었다. 대다수 가정에서 죽이나 보리밥으로 연명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살기가 어려울 때는 항상 나보다 우리가 강조되었다. 그 예가 이승만 대통령이 말씀한 ‘몽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당시 해방은 되었지만, 사상과 이념적으로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웠고, 국가 정체성과 국민의 삶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였으므로 온 국민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똘똘 몽쳐야 국가도 개인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70연대까지는 항상 나보다는 우리가 강조되면서 함께 잘살기를 갈망하였다. 5.16으로 탄생한 제 3 공화국시절 5천 년의 가난과 무지를 떨어버리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도 바로 우리를 강조한 것이었으며, 함께 노력한 결과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고,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내세우며 모두가 힘을 모을 때는 언제나 발전과 번영이 따랐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를 봐도 우리보다는 나밖에 모르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인들은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기들의 이권과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정권유지나 쟁취에 혈안이 되어 있고, 나의 기우인지 모르지만, 교육현장은 국가 백 년 대개를 위해 진정으로 훌륭한 동량을 길러 내기보다는 나만 아는 극단 이기주의 양산과 집단이익이나 분열과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는 곳 같아 국가의 장래가 심히 우려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오래전 읽은 어떤 책 글귀를 자주 되새겨 보게 된다. 우리 인간을 세 가지로 분류한 내용이다. 첫째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다. 자식으로, 부모로, 사회인으로 아무 구실도 하지 않고, 자기 일신상의 향락만 즐기며 사는 사람을 말한 것이다. 둘째는 동물 본능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자기와 자기 가족 배만 불리기 위해 부를 축적하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기 배를 불리고 새끼를 챙겨 먹이는 것은 미물의 동물도 하는 것이란 뜻이다. 셋째로 인간답게 사는 사람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은 평소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말한다. 항상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동정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작은 힘이나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 것이다.
주위를 보면 정말 부지런히 일하여 재물도 많이 축적하고 자기 집안은 온갖 꽃나무로 잘 꾸며놓고 살면서도, 대문 밖 골목의 쓰레기 하나 줍지 않고, 풀 한 포기 뽑을 줄 모르는 사람, 이웃도 모르고 공동생활의 일원이란 것을 아예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사람 스스로는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잘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겨우 동물 본능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대다수가 못 배우고 어렵게 살아 서로 돕고 살아야 하므로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했다. 농사를 지을 때도 서로 도와가며 품앗이를 해야 했고, 연장 하나도 이웃과 서로 돌려가며 썼다. 그럴 때는 인심도 좋았다. 집에 제사가 드는 날이면 제삿밥을 온 마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고, 이웃의 아픔을 진심으로 나의 아픔같이 걱정하고 위로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웬만하면 남에게 구차한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대다수가 배움도 높다. 그러다 보니 남의 도움 없이도 나 혼자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자만 속에 ‘우리’나 ‘함께’라는 말은 아예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이 많다.
남명 조식 선생께서는 양반들에게 경만 읽지 말고 몸소 마당을 쓸고 꽃에 물을 주라고 했고, 머릿속 만리장성을 쌓는 사람보다 발부리에 걸리는 돌멩이 하나를 치우는 사람이 낫다고 했다. 아무리 많은 재물을 모은 부자라도, 아무리 높게 배운 사람이라도 나만 알고 이웃과 사회를 모른다면, 골목 쓰레기 하나를 줍는 무지렁이 보다 못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산다고 해서 잘 사는 게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조금이라도 베풀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진정 잘사는 것이다. 우리 모두 나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를 갈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