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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구이 – 문경자 수필가

며칠 전부터 열이 나고 몸살기가 느껴졌다. 목이 따갑고 콧물도 심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가는데 장어를 파는 낡은 광고가 붙어있었다. 몇 년 전 개업을 했을 때는 다른 식당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값도 저렴해 친구들 모임에서도 갔다. 보기만 해도 징그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소에 가끔 지나다 보면 장어 굽는 냄새도 풍겼다. 지금은 코가 막혀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 접수실 앞으로 갔다. 간호사는“간단하게 메모해주세요”라 고 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 진료실에 들어갔다. 담당의사는 친절하게 대했다.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내 증상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진찰을 마친 후 “목이 많이 붓고, 입가에 물집도 생겼어요. 물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이 빠를 거예요. 그리고 독감예방주사를 꼭 맞고 가세요”하며 세세하게 말했다. 생각보다는 심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약국에서 일주일분 약을 받았다. 바로 집으로 와서 푹 쉬고 있었다. 배가 고파 먹고 싶은 것들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니 뭘 먹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전화가 울렸다. 작은아들 이름이 떴다. “어머니 날씨도 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그런데 어머니 목소리가 이상해요. 병원은 가 보셨어요?” “독감주사도 맞으시고 푹 쉬세요. 시간되면 둘이 같이 갈게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혼을 해서 인천에 살고 있는 아들의 말이 고마웠다. 함께 살고 있는 큰아들은 퇴근길에 동네약국에 들러 여러 종류의 감기약을 사가지고 왔다. “그래도 기침이 나고, 목이 따가우면 병원에 한 번 더 가보세요. 빨리 약 드세요.” 생수를 따주며 약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먹고 나니 거의 다 나은 것처럼 목이 덜 아팠다. 신경을 써주는 아들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천만금보다 말 한마디가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었다. 병원약도 먹었다.
코로나도 쉽게 이겨냈다. 몇 번의 감기 기운이 있어도 알약을 먹으면 괜찮았다. 이번에는 정말 많이 아프다. 아이들 걱정시키지 말자. 힘을 내자. 추어탕을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혼자 먹으니 금방 식어버려 먹기도 싫었다. 약을 먹고 나니 졸음이 왔다. 따듯한 침대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 꿈속을 헤매고 있는데 카톡 소리가 들렸다. 작은며느리가 ‘어머니 맛있는 거 사드리려고 준비하고 서울 집으로 갈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퍼뜩 일어나 세수를 하고 입술도 핑크색 립스틱을 발랐다. 아이들과 외출을 하는 날이면 옷도 잘 챙겨 입고 기다렸다.
작은 아들이 ‘어머니 집 앞에 도착을 했으니 내려오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큰아들은 저녁을 미리 먹어서 어머님만 같이 드시고 오세요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식사를 하러 가는데 며느리가 식당을 검색했다. 며느리는 “어머니 건강을 위해 맛있는 장어구이집을 찾았다”고 했다. 가까운 거리라 승용차는 집에 두고, 셋이서 걸어가며 이야기도 하고 재미나게 갔다. 날씨는 쌀쌀해도 대화는 따듯하게 이어졌다. 나는 빨강색 가방에서 지갑을 빼고 핸드폰만 넣고 가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작은 아들은 아빠가 살아 계실 때는 33갈비집을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식당 사장은 우리 가족이 가면 반가워했다는 말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빠 생각이 난다고 했다. 공용주차장을 지나 제일시장이 있는 작은 골목을 끼고 들어갔다. 내부는 아담하고 깨끗하여 분위기가 좋았다. 일요일이라 몇 테이블에만 손님들이 앉아 장어구이를 먹고 있었다. 아들은 “안쪽으로 들어 가셔서 편안하게 앉으세요.”하고 안내를 해주었다.
장어구이가 나오는 동안 회사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빠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다며 겸연쩍어 했다. 사장은 지금 나온 장어는 초벌구이로 구워서 나왔으니, 골고루 잘 뒤집어야 타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도마 위에 일렬로 얹어 가지고 온 것을 석쇠 위에 가지런하게 올렸다. 오랜만에 먹는 장어구이라며 아들은“어머니 많이 드세요”하며 웃었다. 고단백 식품이라 기력 보강에도 좋으며 채를 썬 생강을 많이 얹어서 먹으며 맛이 있다. 요즈음은 가시도 제거해서 나오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깻잎장아찌, 생강 절임, 무 절임, 소스, 상추, 풋고추, 쌈장, 배추김치 등 밑반찬도 깔끔하게 나왔다. 아들은 밥하고 더 먹는다며 장어를 추가로 주문을 했다. 둘이 먹는 모습만 보아도 예뻤다. 장어탕을 시켜 “어머니 더 드세요” 해서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했다. 그곳을 지나 오니 배가 더부룩했다. “엄마는 빨리 간다” 하고 집을 향해서 달렸다. 장어구이를 먹어 배가 놀랐는지 이상하다. 집 앞까지 겨우 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화장실 우와~ 혼이 났다. 더 늦게 왔으면 망신을 당할 뻔했다. 장어는 내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는 것이었다.
내장 속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다 나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잘 처리를 해서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탕에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 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만일에 남편이 장어를 사주어 이런 상황이 왔으면 화를 냈을 것이다. 혼자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장청소를 한 것처럼 배속이 편안했다. 다른 때는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되었는데 과식을 한 것 같다. 감기 들었다고 건강 보양식을 사준 아들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언제든지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며 이야기하세요. 많이 사 드릴 게요”했다. 장어구이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아무 말없이 따라가서 더 많이 먹자. 내 입맛에 맞는 것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이 먹자고 하는 것을 같이 먹는게 더 즐겁다. 기운도 나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아들이 사준 장어구이 덕분이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반지르르 생기가 돌았다. 장어구이도 좋았지만 가족사랑이 더 좋은 보약인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