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 문경자 수필가
베란다 문을 열었다. 전깃줄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살짝 잡아보고 싶다. 손을 뻗어 보아도 그곳에 미치지 않았다. 죽은 듯이 움직임도 없다. 더위를 먹었나, 졸고 있나 상상을 하며 지켜보았다. 바람이 불어 전깃줄이 흔들리자 하늘을 날았다. 높이 날아가는 것을 보니 내 맘도 따라 창공을 날아 가는 듯하다. 고추잠자리는 어디로 갔는지 눈에서 멀어졌다. 고추잠자리 이름은 몸의 색깔이 고추처럼 붉어서 지어진 이름이며, 성숙한 수컷에게만 나타난다.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빛을 띠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착각하기 쉽다. 고추잠자리는 도심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특히 여름과 가을에 활동을 한다. 노란 잠자리는 작은 연못이나 공원 등 물이 있는 곳에서 발견되며, 왕 잠자리는 큰 크기와 녹색 몸을 가졌으며 비행을 하며 하천에서 발견, 밀 잠자리는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하며, 도심의 빌딩 사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회색 또는 노란색을 띠며, 매우 빠르게 날아 다닌다. 아름다운 아시아 실 잠자리는 소형 잠자리로 작은 물웅덩이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몸은 날씬하고 길며, 파란색과 검은 색의 띠가 특징이다. 잠자리들은 물 근처에 알을 낳고 유충시기를 보낸다. 그 중에 고추잠자리가 제일 친숙한 이름이다.
고추잠자리를 보고 상념에 잠겨본다. 맑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바람은 살랑살랑 분다. 지붕위에 널어 놓은 빨간 고추는 일년내 먹을 양념거리다. 음식을 만들 때 김장을 할 때 감초 역할을 하며, 매운 맛이 일품이다.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 마당 모퉁이에 심어 놓은 해바라기, 코스모스,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 등 여름 한철 뙤약볕에 잘 견디었다. 찬바람이 불면 스스로 사라질 것들이다. 그 사이로 오락가락 고추잠자리 날다. 정오의 한낮은 잠자리들의 무대가 되었다. 떼를 지어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 날개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개구쟁이들은 심심하면 마당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 그들을 잡으려고 뛰어다녔다. 대나무로 만들어 잠자리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도 그때 잡아본 경험이 있다. 뱅글뱅글 돌며 잠자리 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빗자루를 최대한 길게 잡아 날아 다니는 것을 향해 팔을 쭉 뻗어 본다. 빗자루 끝에 잠자리를 겨냥해 땅으로 내리친다.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하다 보면 눈먼 것을 하나 잡는 날도 있었다. 빗자루 끝에 눌린 고추잠자리는 파드득 날갯짓을 하며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것을 손으로 잘 잡아야 일단 성공을 한다. 개구쟁이들은 작은 손으로 고추잠자리를 꺼내려고 시도를 했다. 어느때는 성공이며, 어느때는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쩌다 한 마리 잡았다. 가지고 노는 것도 개구지다. 먼저 잠자리 꽁무니를 살짝 떼어 내고 날개도 짧게 잘라서 날려보내면 얼마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빨간 잠자리를 가느다란 몸에 무명실로 묶어 날리면 날아가는 시늉을 하다 떨어진다. 한나절 가지고 놀다 보면 지쳐서 죽어갔다. 불쌍한 잠자리를 흙으로 덮어 장례를 치렀다. 어린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며칠 있다 보면 개미들이 발견하여 먹이로 삼았다. 개미들은 합심해서 그것을 끌고 간다. 잠자리 날개는 구멍이 뚫린 상태였고, 몸과 머리는 분리가 되었다. 가벼운 몸은 개미들의 밥이 되어 일생을 마감하였다. 잠자리를 잡으면 가지고 노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잡는 일 더 재미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나 노을이 진 저녁은 그들의 춤사위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해가 지면 어른들은 지붕에 말린 고추나, 멍석에 말리는 고추에만 신경을 썼다. 김장을 하려면 잘 말린 고추가 김장 맛을 냈다. 이웃집 아주머니들도 서로 집을 오가며 “아이구 행님 뭐하는기요?” “보다시피 고추를 깨끗하게 닦고 있제” “뭐라꼬예 고추를 닦고 있다고 예, 아이구 우스워 죽겠다. 배가 아푸다” “동생은 무순 말을 고렇게 알아 듣노”하며 고추를 깨끗하게 닦았다. 5일장에 내다 팔면 제법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며, 가족들은 닦아 놓은 빨간 고추를 쳐다보았다. 빨리 장날이 오면 꽃무늬치마라도 사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녁 늦게 빨래줄에 앉아있는 고추잠자리는 밤이슬을 먹어서 예쁜지 궁금하다.
고추잠자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요즘 아이들은 잠자리채를 들고 공원이나 체험장에 부모들과 함께 나와 잡는 모습을 본다. 그때도 잠자리채가 있었다면 많이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대빗자루 실력도 대단했다. 지금도 고향에 고추잠자리 잡는 개구쟁이들이 있을까! 다른 잠자리들도 많지만 고추잠자리는 어른들도 자랄 때는 잠자리 잡기를 했을 것이다. 한 마리 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어디에 있을까 두리번거리며 전깃줄을 쳐다본다. 빨간 잠자리 패션 브로치라도 하나 사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