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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시대와 개명 천지의 광란 – 이호석 수필가

고려시대 이전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제쳐두고, 암흑시대는 조선조부터 현대인 1960년대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국 농촌에 전기가 공급되기 전까지를 말하고, 개명 천지는 전국 농촌에 전기가 들어와 밝아지고 문명의 획기적 발전으로 지금 같이 번영을 누리는 시대로 나누어 본다.
암흑시대에는 어떤 광란이 백성들을 괴롭혔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숭상하면서 충효 정신을 강조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충효 정신을 강조하였지만, 사회는 양반과 천민으로 갈라져 모두가 어렵게 살았고 중앙정치는 당파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광란은 남을 중상모략하고 죽이는 입과 칼이었다. 때로는 폭군(暴君)의 만행으로 죄 없는 사람이 살상되기도 하였고 어느 당파가 득세하면 반대파 사람들은 온갖 중상모략을 둘러쓰고 떼죽음을 당하거나 유배를 가야 했다.
그와 함께 개화가 덜된 어두운 환경에서 사는 일반 백성들은 무지로 인하여 거짓말이나 유언비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호기심과 무서움 속에서 살았다. 특히, 귀신 이야기가 판을 치면서 무당과 점쟁이가 활보하며 무지한 사람들을 농락하였고 도깨비, 여우, 호랑이 이야기 등이 성행하였다. 이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도 그 시대의 광란이었다.
조선조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 년간 시묘살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효자라고 칭송하였고 산속의 호랑이도 효자를 알아보고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지어 내지도 못할 거짓말이 난무하였다. 그런 이야기는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거짓이거나 과장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효심이 깊어도 삼 년을 산속 묘소 옆에서 살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가 통하는 시대에서는 귀신, 도깨비, 여우, 늑대 이야기가 어울렸는지도 모른다. 625 직후 우리 집은 야산 끝자락에 있었고 주변은 전답이었다. 어릴 적 나는 할머니와 마을 어른들로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밤이면 혼자서는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였다. 이런 거짓말들은 1960년대까지는 자연스레 전래하였고 일부는 사실로 공감하기도 하였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형님과 함께 몸체에서 조금 떨어진 사랑방에서 잤다. 사랑방 바로 앞에는 제법 큰 도랑이 있고 건너에는 논이 있었다, 캄캄한 밤중이면 도랑 주위가 음침하여 때로는 도랑물 흐르는 소리조차 무서울 때가 있었다. 어쩌다가 형이 부모님 몰래 마을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나가면 나는 부모님께 고자질도 하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며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무서움에 떨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기도 하였다.
암흑시대의 광란은 입과 칼이었고, 귀신, 호랑이, 도깨비 등 황당한 이야기 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이야기들은 무섭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고, 대다수 이야기는 권선징악이 내재 되어 있어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그렇게 무성하던 귀신, 도깨비, 호랑이 등 무서운 이야기들이 농촌에 밝은 전기가 들어온 이후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면 개명 천지에는 어떤 광란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TV와 신문 같은 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 스마트폰, 유튜버 등 온갖 문명 이기들이 광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문명 이기들이 사실과 유익한 내용만 전달하면 우리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고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이념에 치우치거나 상술로 이용되면서 온갖 거짓말을 만들어 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한 역기능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인성을 거칠게 하고 있다. 곳곳에서 온갖 사기꾼들이 판을 치며 많은 사람의 생활을 파괴하기도 하고, 도시 아파트 생활에서 층간소음이나, 또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는 사소한 일에도 살인을 서슴지 않고, 아무 이유도 없이 길 가는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그리고 현대인이 필수품처럼 이용하는 자동차 사고도 전국에서 매일 같이 발생하면서 죽고 다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갖가지 문명 이기들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광란을 일으키는 매체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는 뒤로하고 정권 쟁탈에만 혈안이 되어 그동안 세 분의 대통령을 탄핵하였고 네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도 하면서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여 왔다.
두 시대의 광란을 요약하면, 암흑시대의 광란은 폭군의 만행과 당쟁의 정치, 대다수 백성이 무지하고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환경에서 난무한 황당한 이야기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이야기들은 1960년대까지 이어오면서 사회를 조금 어수선하게 하였지만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교훈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개명 천지의 광란은 문명의 이기들이 순수한 인간 본성을 이기적이고 악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온갖 거짓말을 생산 전파하며 사회를 불안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고, 아무 통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국회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국민의 바른 소리는 뒷전이고 특혜와 기득권 늘이기, 패거리 정치에 골몰하면서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혹세무민의 정치를 해 오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개명 천지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광란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