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18) 슬픈 꽃 이름 – 박계자
지나다 괜히 툭 치고 꺾어 보고 싶었다
이름 있는 풀인지도 꽃인 줄도 모르고
들녘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개망초
잡초로 버려지고 잠잠히 발을 뻗어
흘린 땀이 자란 듯 뽀얗게 웃는 얼굴
묵정밭 가장자리를 돌고 돌던 어머니
환갑 줄 아들딸을 무색하게 만든 밥상
가지전 열무김치 젓가락질 부산하다
노리실, 집집마다 피어나는 두레상
손국복 시인의 시평|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새, 이름 모르는 별. 우리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물이 참 많음에 흠칫 놀랄 때가 많다. 기행 시인으로 유명한 황동규 사백이 합천으로 문학 기행을 왔을 때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시인은 사물의 이름과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충은 안 된다.” 이 말씀을 듣고 깨달은 바가 커서 그 후로 나무, 꽃, 풀, 새, 별 등 사물의 이름과 속성을 공부하면서 시어로 선택할 때 나는 매우 신중해졌다.
개망초 흐드러진 묵정밭을 돌며 툭툭 꺾어보던 추억은 시골 출신의 작가라면 누구나 경험해본 추억이다. ‘화해(和解)와 행복(幸福)’이란 꽃말을 가진 두해살이 풀꽃인데 흔히 계란꽃이라고도 부르며 여름철 산야에 집단으로 군락한다.
합천 용주면 노리실 출신의 박계자 시인은 애향심 깊은 여류작가로 <월간문학> 등단 후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는 신예작가로 자주 고향을 왕래하면서 고향의 자연에 심취하고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묻어나는 소담한 가족의 정을 정답게 시조로 풀어내고 있다. 최근 국선도 사범으로 고향 합천에 와서 복지관, 마을회관을 순회하며 지도강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