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24) – 뱀골의 메아리 – 정근영
내가 태어난 곳은 합천군 삼가면 학리 용계마을이다. 50여 호의 농가가 들어선 작은 마을이었다. (중략) 양천강 강을 넘어 뱀골이 있다. 아마도 뱀처럼 긴 산골이라고 뱀골로 이름을 붙인 것 같은데 이 뱀골은 예사로운 지역이 아니다. (중략) 임진왜란 때인지 정유재란 때인지 알 수는 없지만 뱀골 입구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에 <의병총>이 있다. 그 바윗돌 속에 묻혀 있는 지금은 그 뼈가 삭아서 아무것도 없는 돌무더기 일지도 모를 돌무덤이 있다. <합천 지명사>에는 이를 일러 의병총이라 하고 정유재란 때 왜적과 싸워 전사한 의병들을 합장한 돌무덤이라고 한다. (중략) 아무튼 뱀골 입구에 있는 이 돌무덤은 우리 아이들에겐 무서움이었다. 돌무더기가 줄을 지어 무덤밭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었는데 지금은 크게 훼손되고 조금 남아 있던 돌무더기도 잡초 속에 묻혀있다.
내 고향 용계마을, 용이 승천하는 우리 마을 용계에 이런 슬픈 전설이 묻혀 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돌무더기를 가져다 양천강 강둑을 쌓았다고 한다. 그때 인골이 다수 발견 되었고 또 사람의 뼈를 갈아서 약용으로 썼다는 소문도 들린다. 범골의 메아리는 언제까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 것인가. 나는 이 슬픈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뱀골의 메아리가 더욱 커지고 그래서 응답의 소리도 듣고 싶다.
“야호” “야호 야호” 눈물이 흐른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나라마다 마을마다 신화와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합천 삼가 용계리 돌무덤 전설은 그 내용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릴 적 자라난 고향 마을에 이 섬뜩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다행히 이 돌무덤이 정유재란 당시 항일 의병들의 무덤인 <의병총>으로 규명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하다.
합천 삼가가 고향인 정근영 수필가는 1995년 <시와 시론>에 수필 추천으로 등단하고 <좋은 교육 좋은 세상>외 다수의 작품집을 펴냈으며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문협 회원, 황강문학회 회원으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