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
허종학
가회중학교 재단이사장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 쿵하는 종소리 속에 2015년은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2016년 희망에 찬 새해가 열리면서 신구(新舊)의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세상을 살아가오면서 순간이라는 단어가 엄청난 변화와 함께 인간이 순간순간을 위하여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오늘같이 이렇게 실감있게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하나 하는 순간에 해가 바뀌고 역사가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리라. 재력이나 권력을 가졌다고 큰소리 치고 위세를 부리던 사람도 삶과 죽음의 순간, 깔딱하는 순간에 이 세상 사람이 저 세상 사람이 되고 살은 자가 죽은 자가 되고 부귀영화, 권세가 아무 소용없는 것을 보노라니 인생이 참으로 무상하고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사는 게 살아가는 게 순간이라는 걸 느껴보지 못했는데, 어제 그제 떠난 친구들 역시 이 순간 때문에 불귀의 객이 되고, 부모형제 귀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외로이 떠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키우게 한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전국의 곳곳에는 많은 인파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운집해있다.
한 해 동안 잘 살은 사람은 잘 살은 대로 고마운 마음으로, 못 살은 사람은 못 살은 애통함을, 고통 받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두 저 종소리와 함께 영원히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심정들을 담아서 소원하고 있었으리라.
삼라만상이 잠든 이 시각, 적막을 깨뜨리고 울려 퍼지는 저 종소리가 좋은 일은 더 좋게, 나쁜 일은 더는 없게 소망을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소원들을 모두 다 들어 주시어 모두가 평화롭고 화목하고 웃음이 넘치는 가정과 직장, 개개인의 염원을 모두다 들어주십사하고 추위가 무섭고 복잡해서 현장을 가 보지 못하는 노인네도 함께 소원을 빌어본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죄 짓지 않고 살기란 어려운 것 같다. 적게 또는 많게, 선하게 착하게 살아가면서 그해 마지막 날엔 자신을 되돌아보며 후회도 해보고 반성도 해보고 평가도 해보는 게 인간의 속성인 것도 같다. 착하게 살아온 사람은 더 많은 공덕을 쌓으며 살고 싶고, 남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했거나 상처를 입힌 사람은 자기반성을 하면서 참회도 해본다.
어떤 이는 카톡에 “2015년 저 때문에 힘드셨다면 하느님의 사랑으로 용서하시고 2016년 새해 하시는 일들 소원 성취하십시요”라고 간절히 비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본성은 착하지만 그 사람의 환경, 처해있는 처지, 사회적 위치, 경제사정 등 외부의 요소 때문에 악해지는 것도 같다. 옛말에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많이 보내서 고생을 많이 시키라 했다. 없으면 할 수 없지만 있으면서 베풀지 못하고 약한 자를 짓밟고 안하무인격의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호스피스병동에 근무하는 사람처럼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과 며칠 전에 만해도, 큰소리치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 화장터 화로에 집어넣고, 얼마 후엔 노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모습들을 체험한다면 모두들 죄짓지 않고 착하게 베풀면서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따뜻하고 마음이 풍요롭고 삶에 윤기가 나고 복받은 사람들이 될까? 후회라는 것도 없고…….
요즘 학생들이 생활체험도 많이 하고 대학생들이 죽음을 가상해서 관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체험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다른지 체험 비슷한 것을 한번 해본 사람은 삶이 영달라진다고 한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모두 순간이다. 깔딱하는 순간이면 모든 것은 끝이 난다. 우리는 순간을 위해서 살기도 하고 순간에 죽기도 한다. 2016년엔 포근한 마음, 여유로운 마음,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한해 열심히 살다보면 순간, 순간은 행복과 영원으로 이어지리라…….
정적을 깨뜨리고 울려 퍼지는 저 종소리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겐 해결이 되어주시고, 소원을 기원하는 사람에겐 소원이 이루어지는 종소리가 되어 주십사 하고 두 손 모아 빌어본다.
2015년아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