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개헌의 필요성과 문제점

권해조
논설위원

20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개헌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헌법은 1947년 7월17일 제헌헌법 이후 5회의 일부개정과 4회의 전면개정이 있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제9차 전면개정헌법으로 국회표결 찬성 254표, 반대 4표, 국민투표 93.1%의 찬성으로 성립되었으며, 1987년 민주화 산물로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이다. 현행헌법은 5년도 지속 못한 과거 헌법에 비교하면 30여 년간 사용되고 있는 최 장수 헌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07년 1월 노무현대통령이 대국민 특별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직무수행에 취약하며,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4년과 일치시켜 동시선거로 비용절감을 이유로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의하고 강행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대선 3개월을 앞두고 국민투표까지 일정이 촉박했고, 유력 대선후보들의 외면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여야지도부 등이 개헌찬성 의견을 내었지만 개헌방향의 차이, 청와대의 부정적 의견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개헌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6월13일 20대 국회개원식에서 정세균 신임국회의장이 개헌 필요성 을 제기하면서 여야 정치권에서도 개헌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국정치학회 설문조사에서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17명이 응답하여 그중 203명(94%)이 헌법개정에 찬성했으며, 개헌가능성도 157명(72%)이었다. 그리고 통치권력 구조는 아직도 대통령 중임제 135명(62%), 이원집정부제 35명(16%), 의원 내각제 24명(11%) 이었다.
헌법은 한나라의 근본법으로 수시로 바꾸는 것이 아니고 개정 절차에도 제약이 따른다. 헌법학자들은 헌법은 인간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정신으로 찾아온 인류의 산물이라는 인식과 함께 해야 하며, 시대정신 같은 추상적인 제도의 틀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지금도 성문법이 없이 헌법내용을 규정한 통상 법률과 관습을 병행하는 헌법적 관습율에 따르고 있고, 미국은 1787년 9월 제정된 미국연방헌법을 수정조항만 추가하고 있으며, 독일은 1990년 통일 후에 헌법을 고쳤다. 일본도 1946년 제정한 평화헌법을 70년이 되었지만 아직 개정을 못하고, 아베정부에서도 노력하지만 실현이 불투명하다.
현행 헌법에 의하면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에 공고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 재적인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의결된 개정안은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의 찬성을 얻어야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공포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개헌론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이며,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집중에서 빚어지는 폐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이원집정제냐, 또는 대통령 임기를 몇 년으로 하며 중임을 허용할 것인가 등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도 문제가 많다. 과반수 정당이 없으면 2-3개 정당이 연정을 해야 하며 분열이 극심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불신하는 국회의원들의 천국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의원들이 장관이 되어 임기도 보장 없이 수시로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어렵다. 일본도 1991년 이후 22년간 14명의 총리가 교체되었다.
이원집정제도 권력 분산 면에서 장점이 될지 모르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외교 안보를 맡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내각을 담당하면 두 권력의 화합이 어렵고, 남북이 대치된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다. 그리고 4년 중임제도 선거비용절감, 국정안정 등의 장점은 있으나 대통령이 임기 시작부터 재선을 노려 개혁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의 동시선거도 한쪽 정파가 정권을 독점하면 견제와 균형의 파괴가 우려된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하원 2년, 대통령 4년, 상원 6년으로 매 2년마다 중간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한 갈등과 분열문제를 개헌을 통해 개선하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개헌이 혁신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많은 개혁조치를 해왔지만 오히려 사회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국가발전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대다수 개헌론자인 정치인들은 각자의 속셈이 다르다. 개헌이 차기 대선과 맞물려 몇몇 정치가들의 흥정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헌은 논의과정부터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계층의 국민과 언론, 학계 등 전문가가 참여한 범국가적 폭넓은 동의를 얻어 이루어 져야한다. 따라서 개헌에 앞서 개헌이 꼭 필요한지 현재가 적기인가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헌법은 기본권이 목적이고 권력 구조가 수단이다. 개헌 주체세력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통합이다. 국민적 의지와 열정이 개헌의 동력이다.
결론적으로 계절이 바뀌면 옷도 갈아입듯이 헌법도 시대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헌법은 공정거래법이나 세법과 다르다. 개헌은 헌법의 이념과 원리가 올바르게 발휘될 수 있고, 개헌의 본질에 맞게 진행되어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안 된다. 정보화 시대와 글로벌 시대에 맞는 보안대책이나 외국인 인권문제 등은 개정대상이지만 통일 후 미래문제나 여야의 첨예한 대결 갈등문제 등은 개헌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에 모두 바꾸는 것 보다 필요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수정해 나가야 한다. 남북분단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헌법의 정당성과 국민의 여망에 부합되는 진정한 헌법이 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