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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 (28) 벽난로 옆 늙은 고양이 – 김옥란

따뜻한 봄기운으로 살고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요

헤매고 상처받은 젊은 날
기억 밖으로 밀어냈어요

온몸에 흐르는 독기는 버린 지 오래
꼬리도 순하게 등에 올려놨어요

당신 온기는 늘 고마워요
투박한 손으로 올리는 기도
멈출 수가 없어요

더 이상 바랄 게 없네요
돌아가고픈 마음
손톱 끝만큼도 없어요.

손국복 시인의 시평|

어쩌면 벽난로 옆 늙은 고양이는 투영된 시인 자신이 아닐까?
합천 본댐 거대한 둑을 마주 보고 뒤로는 수려한 악견산을 병풍처럼 두른 산자수명 명당 터에 김옥란 시인이 살고 있다. 김 시인의 핏속에는 시가 흐르고 그녀의 손끝에는 토종 장맛이 난다.
합천 최고 맛집 <합천호 관광농원> 안주인이 바로 김 시인이기 때문이다. 음식도 음식이려니와 그 집에 한 번이라도 들러 본 사람들은 그 안주인의 다정하고 따뜻한 품성의 맛에 반해 다시 아니 갈 수가 없다고들 한다. 합천 문인들은 김 시인을 <악견산 선녀>라는 애칭으로 부른 지 오래 되었다. 서울 본토에서 합천 청정지역으로 시집 온 착하고 곱디고운 이슬 선녀라는 뜻이다.
시 속에서 작가는 온몸을 감싸던 독기를 버린 지 오래 되었고 젊은 날의 야망과 상처마저 지운 지 오래된 늙은 고양이로 변신해 벽난로 따뜻한 온기에 취해, 꼬리까지 등 위로 올려 버린 유순하고 완숙한 고양이가 되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천성이 선하고 남에게 한없이 베풀고 배려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 시인-김옥란 작가는 <백두산 문학>으로 등단 후 바쁜 일상의 시간표 속에서도 시작을 계속하여 <합천문협 부지부장>을 역임한 중견 작가로 또 요식업계 우뚝 선 사업가로 지역사회에 다양한 공헌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