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35) 밤마리 – 김석인
칠백 리 달려와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길 하나 열어 놨다, 보잘것없는 기슭
강물은 가슴을 열고
바람은 머리 풀고
삼대를 출렁대도 씻어내지 못한 내력
막걸리 한 사발에 메나리 가락 따라간다
불도장 찍혀진 목숨
털어내는 몸짓인 듯
배고픔 물수제비뜨듯 닷새마다 서는 장
가난을 먹고 사는 화톳불이 타오르면
강물도 머리를 푼다
바람꽃이 피어난다.
*밤마리 :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ㅡ오광대 발상지
손국복 시인의 시평|
밤마리. 참 특이한 지명이다. 태백, 안동, 대구, 고령을 지나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에서 유장한 강물이 한 숨을 돌리는 곳. 그곳에서 조금 더 물길이 흐르면 합천 청덕면 가현리 수변생태공원 쯤에서 황강물과 합수하고 창녕 남지에서 남강과 만나 김해 낙동강으로 완성되어 남해로 빠지는 낙동강의 중심지이다.
그 옛날 소금이 귀한 시절, 낙동강을 따라 나룻배에 소금을 싣고 덕곡 율지리에서 파시를 이루면 그곳에는 거나한 장이 서고 인파와 돈이 몰리면서 술과 음식, 춤이 어우러진 축제가 벌어졌다고 전해 온다.
합천 덕곡이 고향인 김석인 작가는 어린 시절 전설처럼 전해오는 밤마리 오광대의 전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술과 음식이 그득한 장터에서 사방팔방에서 온 장꾼들과 주민들이 어울려 메나리가락(경상도 민요 가락)에 맞춰 오광대 춤을 덩실덩실 추었던 기억을 밤마리 강변에서 떠 올렸을 것이다.
남부 오광대의 발상지인 밤마리 오광대는 현재 <합천밤마리오광대보존회>를 중심으로 민속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신명이 살아 있는 춤사위 역사재현과 탈춤 발상지로서의 자존심과 긍지의 원류임을 증언하며 매년 정기 공연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합천 덕곡 출신의 김석인 작가는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후 시조집<범종처럼> 외 다수의 저서를 펴내고 <독도문예대전 대상>, <오늘의 시조시인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로 현재 경북 김천에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