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죽을 사람은 아무래도 죽는다.

공원석
논설위원

중국 제(齊)나라에 안영(晏嬰)은 아첨을 모르는 강직한 성품으로 왕에게 충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때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장공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그래서 안영은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 후 장공은 자신을 왕위에 오르게 해준 최저의 반란으로 살해되었다.
장공이 시해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영은 조문(弔問)가기로 했다. 장공의 죽음을 슬퍼해서가 아니라 최저의 행위는 의롭지 못하다고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최저가 조문을 온 안영을 보자 화를 내면서 칼을 뽑았다.“네 놈이 무엇이기에 조정에 함부로 발을 디딘단 말인가? 목이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어서 나가라.”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안영은 두려워하지 않고“나는 나라의 사직을 위해 달려온 것이지 살고 죽는 것은 내 관심 밖이다.”라고 말하면서 장공의 시신에 엎드려 통곡했다.
이런 기세에 최저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도 안영을 자신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뒤에 최저가 왕위에 오를 계획을 세우고는 신하들을 자신의 집에 불러 충성서약을 받는 연회를 베풀었다. 그러나 맹서를 거부하는 자는 목을 벨 작정이었다. 안영도 초대를 받았다. 안영의 차례가 되었다. 안영은 차분하게 잔을 받아들고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탄식하며 외쳤다.“원통하구나! 감히 최저 네 놈이 군왕을 시해하다니 포악한 짓을 한 놈들은 결코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하고서는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는 최저를 노려보았다. 최저는 칼을 뽑아 안영의 가슴을 겨누고는 맹서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안영은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창칼 앞에서 뜻을 바꾸는 자는 용감한 자가 아니다. 내 머리가 잘리고 가슴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나는 네 놈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큰소리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최저가 칼로 내려치려하자 부하가“안 됩니다! 장공이 죽었을 때 백성들이 슬퍼하지 않은 것은 그는 폭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영을 죽인다면 의로운 신하를 죽였다고 백성들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정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부하의 충고에 최저가 칼을 거두었다. 안영이 다시 호통을 쳤다.“군주는 쉽게 죽이는 놈이 어찌 나를 못 죽인단 말이냐?”하면서 연회장을 나오자 마부가 마차를 대고 최저의 군사들이 달려와 안영을 죽일까봐 서둘러 떠나려 했다. 그러자 안영은“긴장하지 마라. 목숨이라는 것이 빨리 간다고 안 죽고, 천천히 간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죽을 놈은 아무리 빨리 뛰어도 무덤 속에 있는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자기 뜻대로나 계획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리(順理)가 있는 법임을 말해주는 교훈이다. 서둘지 않는 덕목을 기르는 것이 인성교육의 핵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