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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38) 남정탕 – 정유미

새벽 네 시 남정탕 간다 별 총총
젖어도 좋을 잡지 들고

뚱한 머리 물 들어간다
사타구니 귀때기 물 들이킨다
푸르릉 살아난다

옥산할메 나오셨습니꺼?
뭐 재밌는 거 보노?
문무학 시인 ‘호미로 그은 밑줄’
“한평생 흙 읽으며 사셨던 울 어머니 꼿꼿하던
허리가 몇 번이나 꺾여도 떨어질 수 없어서 팽개칠 수 없어서 어머닌 그냥 그대로 호미가 되셨다.”

참말이네 내 말이네
온탕 참방참방.

손국복 시인의 시평|

산 좋고 물 맑은 합천의 자랑 중에 목욕탕 문화가 있다. 외지에서 온 친지나 전지훈련 차 합천에 온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쪼맨한 읍 단위에 뭐 이리 목욕탕이 많고 시설도 죽여주네.”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옥산탕><국제탕><용수탕><만수탕><휴랜드> 등등 참 많기도 하다. 그 중에 가장 역사를 자랑하는 목욕탕 중 하나가 <남정탕>이 아닐까?
새벽 목욕을 즐기는 작가는 물에 젖어도 좋을 잡지 하나를 들고 목욕탕으로 가서는 옥산 할매를 만난다. 한 평생을 흙과 씨름하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할매의 삶이, 흙 일구며 한 평생을 사신 생애가 구부러진 호미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어머니의 거룩한 삶에 가 닿으면서 내 일처럼 공감한다.
예전부터 동네 목욕탕은 그 동네 노랑 소문의 합동 연락소다. 여기서 우리 동네 집집마다 소식을 대충은 다 접하고 또 알아내면서 기뻐하기도 탄식하기도 한다.
동네 목욕탕 분위기를 시 속에 끌고 온 정유미 시인은 항상 산뜻하고 깔끔하며 이미지의 비약을 자연스레 시 속으로 끌어오는 베테랑 시인이다. <경남문학 신인상><장소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후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되 시의 구성과 이미지가 늘어지지 않게 다잡아 내는 자유시를 쓰기 위해 쉼 없는 공부를 계속하는 현대 시인으로 합천문협 부회장, 합천예총 사무국장을 역임하면서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