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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읽을 여유 | 그 날의 엄마 _윤동일

시 한편 읽을 여유 | 그 날의 엄마 _윤동일

그 날의 엄마
윤동일

엄마는 이슬 젖은 새벽
누나의 손을 잡고
옆구리에 광주리를 끼운 채
보릿밭을 지나 뽕밭으로 향했다

아침 햇살보다 먼저
뽕잎을 따다가
허기진 누에들에게 나눠 주면
뒷방은 곧 사각사각
숨죽인 저녁 기도 같았다

아침에 던져 준 잎 몇 장은
언제 먹었는지
줄거리마다 기어오른 누에들
고개만 빼꼼 내밀고
또 기다렸다

온종일 따 온 뽕잎을
한가득 뿌려 주어도
순식간에
비단처럼 갉아 먹던 소리

그날의 엄마는
뽕잎보다 푸르고
누에보다 부지런했다.


*윤동일 시인
△아호: 웅산, △시의전당문인협회, 정형시조의 美 회원 △전당문학 이달의 문학상 대상 △전당문학 시화전 입상 △합천신문-부채 시조 등재, 동인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