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가 바라본 합천 사람들(8) 가을이 물든 김밥과 비빔밥에 담긴 정
합천 삼가는 예부터 소고기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터미널 앞 거리에도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주말이면 식당마다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여행길에 오르내리며 혹은 일상 속 잠시 허기를 달래려는 이들에게는 기름진 고기보다 소박하고 편안한 한끼가 더 간절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찾는 곳이 바로 터미널 앞의 작은 식당 “영자분식”이다.
겉모습은 평범한 분식집이지만 이곳에는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단연 김밥이다. 정갈하게 말린 김밥 한줄에는 단순한 재료 이상의 정성이 들어있다. 터미널을 오가는 기사님도, 학생도, 여행객도 김밥 한줄로 배를 채우고 마음까지 달래곤 한다.
영자분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메뉴는 비빔밥이다. 언뜻 흔해보이지만 이 집의 비빔밥에는 조금 다른 비밀이 숨겨있다. 고기가 아닌 잔멸치가 들어가는 것이다.
잘 볶아낸 멸치가 나물과 어우러지면 입안에서 바다와 들판의 맛이 느껴진다. 이러한 담백함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영자분식만의 향기다.
이 식당에는 지금도 유명한 손님이 있었다. 한 때 씨름선수로 천하장사를 했었던 이만기 선수 역시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영자분식은 간판도 크지 않고 자리도 넉넉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곳에서 얻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고향같은 정서, 그리고 다시 찾고 싶은 기억이다.
올 가을 합천을 찾는다면 삼가터미널 앞 작은 간판을 꼭 한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음식보다 더 깊은 정과 온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