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43) 함벽루를 바라보며 – 류해춘
남정강의 하얀 모래는
푸르름을 머금은 언덕의 집에서
떨어지는
처마의 물을 따라 흐르고
바위틈에 자라는 무수한 잡초처럼
항상 푸르름을 머금은 대나무는
시간을 거슬러
조국을 위해 몸을 던진 화랑
죽죽처럼 늠름하게 바람을 맞이한다
주변의 대야성은 말없이
삶의 흔적을 지우면서
활을 쏘는 정자를 바라보면서
아득한 옛날의 자취를 지웠는데
태초의 시간과 공간을 따라
무수한 모래톱과 돌부리를 구경하고
낙동강과 남해로 흘러가는 물들은
오늘도 세월 따라 다정하게 속삭이고 있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함벽루는 합천이 자랑하는 8경 중 유서 깊은 명소이다. 추녀 끝 낙숫물이 강으로 바로 떨어지는 누각으로 촉석루 영남루 함벽루가 있다고 한다. 함벽루를 처음 지은 것은 고려 충숙왕 8년(1321) 이었지만 오랜 세월동안 중수에 중수를 거듭하여 멋지고 자랑스런 문화유적으로 지금도 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오는 날 누각 뒤편 연호사와 황강물과 백사장에 어우러진 안무 짙은 풍경은 뭇 가객의 시심을 자아내고 달 밝은 밤이면 기왓장에 부서지는 달빛에 저절로 음풍농월하지 않을 수 없다.
묘산이 고향인 작가는 국문학 박사로 성결대학교 교수직에 재임하면서 고전에 해박하고 인문학에 깊은 학문적 업적을 이루면서 한국시조학회장, 한국문학언어학회장 등을 맡아 한국문학의 재정립에 크게 기여하였고 현재 (사)한국선비문화센터 이사장의 소임을 맡아 영남지역에 전승된 선비정신을 현대와 미래세대에 접목시키고자 맹렬한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장편 서사가사의 영구><가사문학의 미학><한국시가의 맥락과 소통><21세기 한국문학의 길찾기와 소통의 미학> 등이 있고 시집으로는 <상아탑의 여운><아버지의 과수원>이 상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