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 문경자 수필가
큰아들이 갑자기 돈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용돈을 보내 주었나 생각하며 “무슨 돈?”하고 물어보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들어왔는지 동회에 가셔서 알아보세요”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 게을러 그런 것도 모르고 있다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열 일을 제쳐 두고 신월2동 주민센터에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다. 연세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들이 몸이 불편하여 손을 잡고 들어왔다. 주민들은 담당자가 준 내용을 적고, 어떤 분들은 부모님을 대신해서 왔다며 상담하는 것을 보았다. 담당자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구비된 서류를 주면서 동그라미 친 곳에 간단하게 적어 주시면 된다고 했다. 몇 줄 되지 않아서 금방 적어서 내밀었다. 직원은 “아이구! 어떡하면 좋아요. 지급날짜 끝자리가 맞지 않아 다음 주에 다시 오세요.” 했다. “더운 날씨에 오셔서 고생만 하셨어요.” 죄송하다는 말을 친절하게 해주어 잠깐의 더위도 사라졌다. 저녁에 퇴근한 아들이 “다녀오셨어요?”하고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를 괜히 한번 웃기려고 하는 눈치를 채면서 “응. 갔다 왔는데 끝자리 년도가 아니라 해당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왔다.”고 하자 “그럼 다음 주에 다시 한번 알아보세요.” 했다. 뉴스나 신문이나 여러 매체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준다고 하는 것을 귓전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어머니 동회에 가시지 말고 우체국 카드가 있으면 빨리 해줄 거예요. 우체국에 가세요”하고 출근한다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우체국은 코 닿을 곳에 있어 한걸음에 달려가서 알아보자 하고, 핸드폰과 빨간색 지갑을 챙겨 들고 갔다. 우체국은 친척집처럼 다정하고 이웃들과 함께하는 곳이라 서로 인사도 나눈다. 우체국 여성 청원경찰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했더니 “핸드폰을 꺼내 보세요. 이렇게 하면 금방 됩니다. 문자가 들어오면 쓸 수 있어요.”하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우체국을 나서며 15만 원이 들어오면 뭘 할까! 갑자기 돈이 생겼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졌다.
[Web 발신] “소비 진작! 경기 부양!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 [우체국]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안내] ‘문*자 님이 보유하고 계신 우체국 카드에 150,000원 상당의 소비쿠폰이 등록되어 즉시 사용 가능하십니다.’라는 문자를 보았다. 이렇게 전국민에게 친절한 문자를 보내주다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참외, 복숭아, 자두, 포도, 수박, 토마토 먹고 싶은 과일이나 실컷 먹어 보고 싶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를 사서 먹을까,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살까.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작은아들 며느리도 불러 외식을 할까!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돈이 들어오니 마음이 오락가락 장마비처럼 흐렸다 맑았다 했다.
이웃이나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말이 “그 돈 어디에 다 썼냐?”하고 물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순이는 손주들에게 갖고 싶은 장난감 사주고, 창희는 가족끼리 야외 나들이 계획을 세웠는데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 했다. 숙이는 오랜만에 무뚝뚝한 남편과 오붓하게 외식을 즐기며 재미있는 휴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저마다 돈을 쓰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금액을 떠나서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한우를 먹으러 가는 집, 농사를 짓는 친구는 비료와 거름을 샀다는 말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돈은 관심도 없다. 하지만 뻔히 다 알고 있는 돈이라 모두 스스럼없이 대화가 통했다. 그것이 왜 궁금한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 배가 살살 아파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가라앉는다고 하였다. 신경성으로 배가 아프면 약도 없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팜 약국에서 약값 1,500원. BYC마트 양천점에서 인견으로 만든 반바지를 13,000원. 단골집 형제네 과일 야채 가게에서 참외, 토마토, 상추, 가지를 10,500원. 다음날도 같은 가게에서 미나리, 오이, 상추, 복숭아, 자두를 18,000원. 매일 열린 약국에서 콧물 재채기 약 6,000원. 채소 가게에서 똑같은 과일과 야채를 21,500원. 김가네 김밥 4,500원. 문자로 남은 잔액을 알려주었다. 물새듯이 돈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얼마를 쓴 거야. 계산과 잔액은 자동으로 알려주니 쓰는 것만 잘하자.
파리바게뜨에 “민생회복 쿠폰 이용이 가능합니다”라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오랜만에 샌드위치를 살까! 하고 둘러보았다. 뽀글뽀글 파마머리 할머니가 들어왔다. 눈이 잘 안 보여 반짝거리는 것이 비닐을 씌운 것처럼 보여, 집게도 없이 빵이 살짝 손끝에 미세하게 닿았는가 보다. 그때 앞에 머리가 길고 뚱뚱한 여자가 할머니를 보고 화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아니! 빵을 손으로 만지면 어떡해요.” “네. 죄송해요.” 했는데 또 할머니 곁을 스치는 척하면서 “빵을 손으로 만지고 그냥 가면 어떡해요.”하고 계속 귓전에 들리게 말을 해서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손님이 없어 그런지 여자가 하는 말이 다 들렸다. 여자가 계산하는 모습이 내 눈에 좀 수상하게 보였다. 계산대에 머리를 가까이하더니 “저기 저 할머니요.” 직원에게 신고를 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 여자가 사라지자 직원은 할머니가 만졌던 빵을 들고 놓으며, 눈치를 보고 한마디 하려는 참에 할머니가 먼저 “아까 그 여자가 내가 손으로 이 빵을 만졌다고 신고했어요?” “네.” 맞다고 하자 “그럼 내가 이 빵을 살게요.” 했다. 직원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눈이 잘 안 보여 불빛에 반짝거려 포장이 된 줄 알았어요.” 직원은 “사실 포장을 해서 진열해야 하는데 깜빡했어요.” 하는 말을 하였다. 할머니도 민생회복쿠폰이 있어 빵을 사러 왔다며 계산을 하고 빵가게를 나갔다.
아들에게 샌드위치를 사줄까 하는 마음으로 진열장을 쳐다보았다. 호두파이 20,000원, 샌드위치 6,500원에 사서 계산했다. 저녁때가 되어 상추를 씻어 놓았다. 마침 퇴근한 아들이 들어왔다. 더위에 고생한 아들에게 호두파이, 샌드위치, 자두, 복숭아, 참외를 노란색 나비가 그려진 접시에 담아 먹으라고 했다. 민생회복쿠폰으로 샀다며 “공짜로 산 것처럼 이것저것 사니 좋았다.”하고 같이 달달하게 먹었다. 이튿날 아들은 할머니가 팔고 있는 과일가게에 가서 샤인머스켓 포도, 키위, 복숭아, 자두가 든 비닐봉투를 어깨에 메고 들어와 “어머니 맘대로 드세요. 할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서 샀다.”고 하였다. “고마워.” 싱싱한 과일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남은 잔액에 맞추어 살랑살랑 거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살까! 기념으로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들은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살 때 잔액이 모자라면 문자 넣어 주세요. 제가 바로 입금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사세요.” 하는 말에 민생 쿠폰과 아들의 사랑 쿠폰이 더해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