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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산업(공장), 식어가는 경제(2) – 곽노연 시인·서예가·대병대지生

한국 산업 기반의 균열을 직시하라

국 산업의 심장부가 조용히 식어가고 있다. 자동차·철강·전자·조선, 한때 ‘수출 4대 기둥’이라 불리던 산업이 이제는 하나둘 해외로 떠나고 있다. 언론은 이를 “해외 투자 확대”라 포장하지만, 실상은 “국내 생산의 축소”이자 경제 기반의 유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이 사실을 언론은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떠나는 기업들, 구조적 징후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생산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LG전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주요 라인을 옮겼고, 현대차는 북미·인도 공장에서 국내보다 더 많은 차량을 만든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8조 5천억 원을 투자하며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기업들은 말한다. “노동비용과 전기료, 세금, 규제가 너무 높다.” 이는 단순한 핑계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10년 사이 급격히 떨어졌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단가 대비 생산성 지수는 2010년 100에서 2024년 82까지 하락했다. 반면 베트남은 65에서 92로 상승했다. 기업의 관점에서 ‘남는 장사’가 안 되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떠난 뒤 남는 나라의 손실이 기업의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산업 유출이 남기는 경제적 공백
한 공장이 문을 닫으면 단순히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도급 업체, 물류, 급식, 숙박, 소상공인 등 ‘연관 산업’ 전체가 연쇄 타격을 입는다. 군산 한국GM이 폐쇄되었을 때, 직접 실직자는 2천 명 수준이었지만 5년간 주변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약 1만 5천 명이었다.
부동산 가격은 40% 가까이 폭락했고, 소비 감소로 세수는 급감했다. 결국 지역 경제는 ‘도미노 붕괴’를 맞았다. 이것이 바로 산업 유출의 무서운 점이다. 눈에 보이는 ‘한 기업의 철수’가 아니라, 그 지역의 경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현상이다.

노사 갈등, 비용의 악순환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80% 수준이지만, 노동비용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생산성보다 비용이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파업과 쟁의로 인한 ‘비가동 일수’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처지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외국 자본은 한국을 ‘고비용·고위험 국가’로 분류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안전 규제 강화 등을 추진했지만, 정작 노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적 불신만 키웠다. 노조는 여전히 “정당한 권리 보장”을 외치고,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한다. 결과적으로 둘 다 이기지 못한 채 경제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한국형 ‘산업 공동화’의 현실
1990년대 일본은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제조업 기반을 잃었다. 그 결과 장기 불황의 늪에서 20년을 헤맸다. 지금의 한국이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생산시설이 떠나면 기술 인력도 함께 빠져나간다. 기술이 빠져나가면 연구개발 역량이 줄고, 결국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다. 이 과정은 느리지만 치명적이다. 이미 조선·철강·가전 산업은 이 구조에 진입했다.

해결책은 ‘노사협력형 생산성 구조’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면 노사 모두가 ‘공존의 경제’를 배워야 한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생산성 연동형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노조는 파업보다 협상을 택해야 한다. 공장을 떠나게 만드는 나라는 결국 국민이 떠나는 나라가 된다. 중앙일보 10월 9일 기사에 따르면, 사업환경·세금·주거환경 등 이유로 2025년 한 해에 한국을 탈출하는 부자가 2,400여 명, 그들이 들고 간 돈이 무려 21조 원이란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산업 기반이 붕괴하는 구조적 경고음이다.

“떠나간 산업, 돌아오지 않는다.”
공장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한 번 떠난 산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본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경제 민주주의이며, 한국이 다시 성장할 유일한 길이다.
“공장을 잃는다는 것은 나라의 심장을 잃는 일이다.”
한국이 지금 직면한 현실은 바로 그 심장이 멎어가는 과정이다. 늦기 전에, 우리는 이 신호를 들어야 한다.
언론에서 이러한 실정을 여과 없이 보도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