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홈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 (2) – 이호석 수필가

사람들 못지않게 우리 곁을 떠난 동식물의 친구도 많다. 매년 봄이면 강남 갔다 돌아온다는 제비란 친구가 농촌에 없어 진지도 벌써 수년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봄이 오면 제비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가 제비가 날아와 마루 위 처마에 집을 지을 때면 수시로 쳐다보며 좋아했고, 제비가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울 때 먹이를 물고 와 차례대로 먹이는 것이 신기하여 한참씩 쳐다보기도 했다.
제비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른들이 길조라며 반갑게 맞이하는 것을 보았고,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흥부 놀부’ 얘기를 읽은 후, 한때는 나도 어떤 착한 일을 하면, 제비가 보물 박씨를 물어다 줄까? 궁금하게 생각하며 기대하기도 하였다.
제비가 마루 위 천정에 집을 짓고 새끼를 까면 분비물과 털이 많이 떨어져 아주 비위생적인데도 식구들 누구도 제비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근했던 제비가 오래전부터 볼 수가 없어 서운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면서 형제간에 의좋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의 얘기가 막을 내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였다.
제비와는 달리 항상 푸대접을 받는 곡식 도둑놈 참새도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여름이 되고 벼꽃이 피기 시작하여 벼가 누렇게 익는 가을까지 들녘마다 깡통을 뚜들기며 “후여 후여” 참새 쫓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면 핫들 논 가에 나가 해가 지도록 참새를 쫓아야 했다. 그게 싫어서 하교 길에는 일부러 어정거리며 집에 오기도 하였다.
어떨 때는 식구들 몰래 딴 곳에서 놀다가 벼 논에 나가면 참새가 떼거리로 앉아 있어 그해 벼농사를 다 망친 줄 알고 깜짝 놀라 허둥대며 참새를 쫓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를 약 올리고 애먹이던 놈들이 언제부터인지 서서히 줄어들더니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이 되면 우리 지역에도 눈이 자주 내렸다. 흔히 발목 위까지 내렸고, 많이 올 때는 한자(尺) 넘게 내릴 때도 있었다. 눈이 제법 많이 내린 날이면 읍소재지에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남학생들이 몰려와 보득솔만 있는 민둥산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쫓던 고라니와 산토끼도 언제부터인지 볼 수가 없어져 버렸다.
또 그 시절 이후 오랫동안 농가 집집을 찾아다니면서 곳곳에 구멍을 뚫으며, 가족들이 먹을 식량을 몰래 훔쳐먹는 쥐도 많았다. 이놈들은 우리들이 거처하는 방 천장에 종이로 바른 반자(중 천장) 위로 올라가 “찍 찍”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처럼 뛰어다녀 밤잠을 설치게 하며 애를 먹였다. 한때는 전국에 쥐가 너무 많아 정부에서 집집이 쥐약을 나누어주며 이를 잡게 하였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쥐를 잡아 꼬리를 잘라 가져 오도록 한때도 있었다. 그렇게 얄밉던 쥐도 우리 곁을 서서히 떠난 지 오래다.
또 예전에는 농촌 어디서나 자주 만날 수 있고, 그를 만날 때마다 무섭고 징그러운 친구도 있었다. 들이나 산길을 가다 보면 흔히 “스르륵” 풀잎을 흔들며 뱀이 지나가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었다. 동물의 새끼는 보통 예쁘고 귀엽지만, 뱀이란 놈은 어미나 새끼 할 것 없이 볼 때마다 놀라고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보기 싫던 놈도 요사이에는 좀체 보기가 어려워 어떨 때는 은근히 멀리서라도 한번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갈 때면 마을 주변과 들판 위로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며 푸른 가을 하늘을 누비던 메밀잠자리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메밀잠자리가 집 주위에 나타나 날아다니면 성큼 가을이 온 것 같아 지겹던 여름 더위가 날아가고 조금 상쾌해지는 것 같기도 하였다. 또 이때가 지나고 벼가 노랗게 익으면 벼를 베기 위해 벼논 마다 가장자리로 물 빼는 고랑을 만든다. 이때 논바닥에 흩어져 살던 미꾸라지들이 물을 따라 그곳으로 모여든다. 이놈들을 잡아 추어탕을 끓여 먹기도 했다. 왜 그런지 지금은 가을 논에 미꾸라지도 없어져 버렸다.
최근에는 모든 식물의 번식에 꼭 필요한 벌, 나비도 급격히 우리 곁을 떠나고 있어 전국의 농가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이놈들도 어릴적부터 잊지 못할 친구들이었다.
이렇게 움직이는 친구들만 없어진 게 아니다. 봄이면 앞·뒤 산을 울긋불긋 아름답게 수놓던 진달래꽃도 주변의 나무들이 무성해지면서 그에 파묻혀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또 몇 년 전까지도 가을이면 농촌의 도로변이나 못 뚝, 제방 등 곳곳을 장식하며 풍요로운 가을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하던 코스모스꽃도 언제부터인지 주변에 보이지 않아 농촌의 가을을 더욱 썰렁하게 하고 있다.
기다리던 놈이나 애를 먹이던 놈, 사람을 놀라게 하던 놈, 할 것 없이 집과 산과 들에서 우리들의 많은 친구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 한세월이 지나면 좋아하던 사람이나 미워하던 사람도 새삼 그리워지듯. 제비도, 참새, 산토끼, 고라니, 뱀, 쥐, 진달래, 코스모스꽃 등 이렇게 많은 동식물의 친구들이 우리에게 추억만 남기고 가버린 것 같아 새삼 그리울 때가 있다.
이렇게 많은 친구가 우리 곁을 떠난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모든 농작물에 많은 농약을 살포하고, 자연을 인간 편리 위주로만 개발하면서 먹이사슬과 생태계가 파괴된 탓인지?, 아니면 심각한 기후 변화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아니면 초가집과 비포장 흙길, 자갈길 등 농촌의 환경이 우리의 생활이 향상되면서 모두 양옥과 아스팔트 포장길로 바뀌어 저네들 삶의 터전이 불편하여 떠나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