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52) 늙은 소 – 박황규
눈이 천-천-히 감긴다
감겼다 문득, 다시 뜨고는
어리둥절, 여기가 어딘가
젊은 날 밤낮없이 일했다
이제는 나이 들어 논구덩 쉼 없이 밟아대던
그 다리가 아프다고 금붕어처럼 뻐끔한다
기억을 녹음테이프처럼 되새김질 한다
문을 감았다 뜨면
언제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웃음 짓고, 성도 내어보고
눈물도 흘리던
그 시절 그대로.
손국복 시인의 시평|
소처럼 우직한 동물도 없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충직히 자기소임을 다한다.
논밭을 경작할 뿐만 아니라 일 년에 한두 마리씩 새끼를 낳아 한 집안의 살림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오죽하면 ‘우골탑’이라고 어려운 살림에 자녀들의 학자금을 대기 위하여 애지중지 키운 소를 팔아 큰 학비를 충당했을까.
작가는 한 평생을 소처럼 묵묵히 내 가족을 위해 분골쇄신한 부모의 은혜를 떠올리며 감사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지금은 늙고 병들어 다리 아프고 눈이 침침해진 그 아픈 시대, 우리들 부모 세대의 조건 없는 희생을 눈물겹게 회상하며 그 위대한 부모님들을 경배하고 있다.
박황규 시인은 국선도 사범의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기수련과 내공, 깊은 명상의 소유자다. 언제나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는 도인 같은 성품의 수도자이다. 현재 지역 언론의 중심, 합천신문사 대표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정론의 길로 가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계간지 <여기>를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합천문인협회 편집장을 맡아 격조 높은 문학지 발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