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읽을 여유 | 동네 아찌 /권순갑
시 한편 읽을 여유 | 동네 아찌 /권순갑
동네 아찌
권순갑
귀뚜라미 울음에 마당이 젖고
작은 손길이 흙 내음을 쓸어 담는다
비바람 몰아칠 때 대문 앞 몸을 숙이고
골목을 지키는 아저씨
눈발 덮인 골목에서 바둑이와 숨을 맞추다
앰뷸런스 울음에 눈가가 반짝인다
낙엽 굴러가는 길,
할머니 리어카를 밀며 한숨을 보태는 아저씨
아기 울음소리에 오래된 마루가 흔들리고
손주 품에 안긴 숨결이 골목으로 번진다
세월은 등을 굽힌 손을 안아주고
시간은 아찌를 할비로 바꾸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발걸음
작은 온기가 골목을 감싼다
동네 마음, 변치 않는 아찌의 걸음
오늘도 골목 끝에서 반짝인다

*권순갑
△아호: 竹山
△시의전당문인협회 회원
△전당문학 합천시화전 입상
△시·수필·사진작가
△사진전시회10여회
△시집:<내마음의 풍경소리>, <내 마음의 그리운 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