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겨울 지나면 봄은 오겠지 _김상준 경남도민신문 합천국장
[칼럼]겨울 지나면 봄은 오겠지 _김상준 경남도민신문 합천국장

겨울 지나면 봄은 오겠지
겨울은 늘 묵직하다. 찬 바람이 살을 파고들고,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듯 서 있다. 거리의 표정도, 사람들의 말수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해는 짧고 밤은 길다. 마치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봄은 다시 오는 걸까.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계절을 닮아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때가 있으면, 이유 없이 막막한 날도 찾아온다.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걸음 같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시기가 꼭 겨울 같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오고, 마음속 온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겨울이 힘든 이유는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 하지만 자연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아무리 길고 혹독한 겨울이라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눈 속에 묻혀 있던 씨앗은 그 시간을 견디며 뿌리를 내리고, 때가 되면 고개를 내민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분명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은 결코 헛되이 지나가지 않는다. 그 시간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이전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예전에는 쉽게 넘겼을 말 한마디,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겨울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요즘 우리는 유난히 빠른 결과를 원한다. 노력하면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야 하고, 기다림은 실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봄꽃은 자신의 순서를 알고 있고, 그 시간을 앞당기려 애쓰지 않는다. 조급함이 오히려 꽃을 상하게 하듯, 삶에서도 기다림은 때로 가장 필요한 과정이다.
겨울을 지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하루를 무사히 넘기고,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힘들어도, 내일이 반드시 더 나빠진다는 법은 없다. 작은 희망 하나를 품고 버텨내는 것, 그것이 겨울을 견디는 방식이다.
어느 날 문득 바람의 결이 달라졌음을 느낄 때가 있다. 햇살이 조금 길어지고, 얼어 있던 땅이 서서히 풀린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겨울은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