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방소멸의 시대, 군수는 ‘제왕’이 아닌 ‘지역 경영자’여야 한다 – 이종학 국민의힘 부대변인
권한의 본질은 군림이 아닌 ‘무한 책임’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수십 년이 흘렀으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군수’라는 직함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이미지로 소비하는 관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열악한 농촌 지역에서 군수가 안방에 앉아 인사권과 인허가권에만 몰두하는 것은 지역의 몰락을 방치하는 직무유기다. 지방자치법은 군수에게 지자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이는 결코 초법적인 지위를 허용한 것이 아니다. 예산 수립 단계부터 전문 부서와 ‘합의’하고,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며, 사후 ‘감사’를 통해 집행의 적정성을 평가받도록 한 법적 장치는 권력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견제 장치다. 그간 일부 단체장들이 이권 개입이나 인사 비리로 법정에 섰던 비극은 권한의 크기를 착각한 오만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군수의 권한은 안방에서의 호령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위해 밖에서 자원을 가져오는 ‘무한 책임’으로 완전히 재정의되어야 한다.
리더십의 대전환, ‘대외 전략가’로서의 군수 역할론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리더십이 행정 내부가 아닌 외부를 향해 정렬되어야 한다. 국가 경영 모델과 마찬가지로 내치(內治)와 외치(外治)를 전략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행정 전문가인 부군수 중심의 안정적인 내치를 통해 내부 살림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군수의 리더십은 대외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군수는 ‘지방정부 1호 비즈니스맨’으로서 국비 확보와 기업 유치, 지역 홍보를 위해 중앙부처와 전국의 현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한다. 군수가 대외적인 역할에 집중하고 발로 뛰는 거리만큼 지역의 생존 가능성은 비례해서 높아진다. 안주하는 리더에게 미래는 없다. 밖으로 나아가 지역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만이 이 시대 군수의 진정한 존재 이유다
공무원 조직의 전문성 제고와 성과 중심의 책임 행정
군수의 대외적 성과가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무원 조직의 전문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행정의 역할은 이제 단순한 법령 집행을 넘어, 유치된 사업이 지역 여건에 맞게 안착하도록 관리하는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군수는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으며,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헌신하고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과 승진 체계를 확립하여, 지역 발전에 기여한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인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군수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조직이 일한 만큼 대우받는다는 확신을 가질 때, 행정의 실행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민관 거버넌스’와 공동체의 활력
가장 강력한 성장의 동력은 결국 군민과 함께하는 ‘민관 거버넌스’와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공동체의 활력에 있다. 군수는 고립된 섬과 같은 지역 사회에 머물지 않고, 외부의 새로운 시각과 변화의 흐름을 지역의 특성과 조화롭게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 군정은 소수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 청년·장년·노년층은 물론 지역을 떠나 있는 출향 인사까지 망라하는 광범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주요 의사결정과 발전 방향을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는 ‘협치 행정’은 정체된 지역 사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군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의 생동감을 회복하는 길이다. 내부의 열망과 외부의 네트워크가 결합될 때, 군정은 비로소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다.
제왕적 권위를 버리고 ‘미래를 여는 책임 리더십’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열악한 환경에서 군수에게 허락된 ‘제왕적 권력’은 환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군림하는 자의 권위가 아니라, 지역의 명운을 건 ‘전략적 실행력’이다. 안방의 권위를 내려놓고 지역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대외 현장을 누비는 실무형 리더, 공무원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실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력자, 그리고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통해 공동체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리더십이 삼위일체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시대는 이제 군청 집무실에 머무는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군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현장 전문가’를 부르고 있다. 위기는 준비된 리더에게 성장의 발판이 될 뿐이다. 이제 제왕의 관습이라는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지역의 미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한번 혁신의 현장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