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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67) 그 산(山) – 김길홍

그날로
텅 비워서
깊은 그의 안

안뜰에
소 한 마리
빚어 풀어 놓았다

달빛 굵은 날은
소가 밖으로 나와
달을 끌고 간다

점점
깊어지는
물소리

손국복 시인의 시평|

마치 선시(禪詩) 한 편을 보는 듯하다. 내 안에 소 한 마리를 풀어 놓고 그 소가 달을 끌고 간다고 시인은 화두를 풀고 있다. 소는 누구이며 달은 또 무엇인가? 수많은 사유와 추측을 낳게 하며 시는 점점 신비한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소를 풀어 놓는 것은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구도 행위이다.
구태여 긴 말이나 정교한 묘사 없이도 굵직하게 상황과 분위기를 툭 던지며 실존의 질문에 시를 던진다. 그리고서는 깊어지는 물소리에 모든 번뇌를 묻어 버린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담백하다.
제주도 표선 출신의 김길홍 시인은 합천에서 초등학교 교직을 시작으로 합천과 인연을 맺고 퇴임할 때 까지 합천에 살다 퇴임 후 대구로 생활 터전을 옮긴 <합천문학회> 제2대 회장을 역임한 중견작가로 <한맥문학>으로 등단 후 대표작 <표선 秋>에서 깊고 정밀한 시세계를 선보이며 초기 합천문단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