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한국인 마음에 새겨진 문장들 – 권해조 논설위원
오늘은 요즘 카톡방에 올라온 강원도 홍천출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를 역임한 권기태 소설가가 선정한 <한국인의 마음에 새겨진 문장들>이다. 그는 올겨울 어느 날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이 알만한 문장 다섯 가지를 고른다면’ 하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물론 시기별로 달라진다. 광복 후의 ‘광복가(光復歌)’나 전쟁 중의 ‘전우냐 잘 자라’ 같은 노래 가사는 그 시절 누구나 불렀던 애창곡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지금까지 애창곡처럼 ‘한국인들의 마음에 새겨진 문장들’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
첫 번째는 윤동주 서시(序詩) 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를 뽑았다. 왜 이 문장이 우리의 가슴에 그토록 메아리 칠가? 그것은 겨레의 아픔과 함께한 윤동주라는 시인과 이 시가 지닌 고결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크게 보면 기독교 불교, 유교가 공히 지향하는 깨끗한 마음과 통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를 뽑았다. 한국인이라면 남녀 없이 이 문장을 좋아한다. 정유재란 때 우리 수군이 궤멸하자 선조는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던 충무공 이순신에게 다시금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긴다. 하지만 며칠 후에 선조는 “지휘할 수군이 없다면 권율 도원수를 돕게” 하였다. 하지만 충무공은 아직 열두 척이 있음을 밝히며 “죽을 힘을 다하여 맞서 싸우면 이길 수 있사옵니다. 미천한 신(臣)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 옵니다”라고 보고하였다. 그 결과는 적선 333척을 격파하여 세계 해전사에서 빛나는 기적을 이룬 명랑대첩이였다. 필자는 이 문장을 읽으면 콧등이 시큰해진다고 하였다.
세 번째는 한글 최초시가집인 <용비어천가>를 선택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갚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니, 내(川)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라는 내용이다. 용비어천가는 가장 아름답고 균형이 있으며 유명한 문장이다. 특히 ‘뿌리 갚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은 뜻이 깊고 정이 가는 말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끈기 있고 은근하며 심지가 굳은 마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네 번째는 애국가 첫 구절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이다. 이 문장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이 노랫말을 지은 분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도 그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국가를 들어보면 피가 튀고 화염이 날아가며 영국과 일본은 왕을 찬양한다. 하지만 우리 애국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얼마나 사랑하면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영원하기를 바랄까.
필자가 꼽은 다섯 번째는 <아리랑>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우리에게 삶은 아득한 고갯길을 넘어가는 것, 님이랑(알이랑) 함께 가야지만 가능한 것이라고 이 문장은 말한다.’ 필자는 “지금 온 세상이 혼동스럽지만 우리가 바르고 꿋꿋하고 맑고 따뜻한 혼(魂)을 지닐 때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우리와 함께하는 이 문장들은 말한다.”고 하였다. 이 글은 쓴 권기태 소설가의 애국심을 다시 생각하며 그가 뽑은 다섯 곡을 전적으로 동의하며, 합천신문 독자들도 다같이 한번 되새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