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 이념과 산업화, 현대사의 새장을 열게한 세상을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바라 보고있는가 (2) – 윤명우 재부 초계중학교 제9회 책사 겸 수필가
당시 주서독 대사였던 신응균 대사(육군 중장)는 독일 정부 관료들을 만나려 했으나 도무지 만나주지 않았다. 이에 신응균 대사는 백영훈 교수에게 “백 박사! 국가를 위해 적극 도와주어야겠소”라고 말하였다. 백영훈 교수는 독일 대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은사를 찾아가, 대학 동료 교수였던 에르하르트 경제부 장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은사는 “내가 아끼는 제자가 학자로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아. 안 돼.” 하며 거절하였다.
이에 백영훈 교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국가의 부름에 책임진다는 심정으로 매일 새벽 6시부터 하루 종일 은사 집 대문 밖에서 기다렸다. 일주일 내내 사모님이 나올 때마다 “사모님, 국가가 저를 여기에 파견했습니다. 저를 살려주십시오.” 하며 눈물로 호소하였다. 결국 감동을 받은 사모님은 남편에게 “여보, 당신 경제장관을 좀 만나게 도와줘요.”라고 부탁하였다.
마침내 다음 날 독일 경제부 차관실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정래혁 단장과 신응균 대사, 백영훈 교수는 1961년 12월 11일 차관실에서 루트거 베스트리크 차관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미국 존 F. 케네디 정부는 군사정부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식량 원조를 끊은 상태였다.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독일 정부 또한 한국 군사정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있었다.
경제부 차관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극비입니다. 서독 정부는 사실상 한국 정부에 3천만 달러 차관을 주기로 내부 인가된 상태입니다. 이 사실을 외부에 절대로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까?”
이에 우리 교섭단은 철저히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경제부 차관은 외국계 은행 지급보증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하였다. 차관 교섭단은 즉시 최고회의 의장 앞으로 지급보증서 요구 전문을 보냈다. 당시 천병규 재무부 장관은 지급보증서를 받기 위하여 홍콩과 런던으로 달려갔으나, 신인도가 없는 나라라는 이유로 결국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하고 귀국하였다.
그 와중에도 최고회의는 “어떻게든 해보라”는 전문을 계속 보내왔고, 20여 일 동안 신응균 대사와 백영훈 교수는 눈물을 흘리며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유학 시절 친구들이 찾아와 위로하였고, 당시 독일 노동부 노동과장이었던 기숙사 친구 슈미트 박사도 찾아왔다.
슈미트 박사는 “닥터 백, 왜 귀국하지 않고 울고만 있어?”라고 물었다. 백영훈 교수는 “3천만 불 차관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급보증서가 없어 받지 못하고 있어.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하면 여기서 죽을 거야.”라고 답하였다.
이에 슈미트 박사는 “너희 나라 실업자 많지? 직업 없는 사람 많지?”라고 물었고, 백영훈 교수가 그렇다고 하자 “좋은 방법이 있으니 오늘 밤은 푹 자라.”라고 하였다.
다음 날 슈미트 박사는 신응균 대사를 찾아와 말했다.
“대사님, 한국에는 실업자가 많지요? 독일 탄광은 지하 1,000m에서 지열 40도 속에서 일해야 하는데 광부가 필요합니다. 광부 5,000명을 보내줄 수 있습니까?”
신응균 대사는 “5,000명이 아니라 50,000명도 자신 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이어 슈미트 박사는 “또 간호사는 시체를 닦고 목욕시켜주는 일인데 간호사 2,000명을 보내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문제없다고 답하였다.
즉시 신응균 대사와 백영훈 교수는 최고회의 의장 앞으로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을 모집해달라는 전문을 타전하였다. 당시 광부 5,000명 모집에 47,000명이 응시하였고, 간호사 2,000명 모집에 25,000명이 지원하였다.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며 당시 얼마나 실업자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이전에 정부는 1961년 12월 13일 독일과 한독 기술협조에 관한 의정서(일명 한독 경제협력 의정서)에 서명하였고, 1963년 12월 16일 한독 근로자 임시고용 협정을 맺었다. 이후 1963년 12월 21일 광부 1진 123명과 1966년 1월 31일 간호사 128명을 파견하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