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두 분의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 손필숙 제일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두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한 분은 용주 중학교 시절 국어와 미술을 가르치시던 김수현 선생님이다. 또 한 분은 고등학교 3학년 동안 주산을 가르쳐 주신 김태연 선생님이다.
김수현 선생님의 미소는 백만 불짜리다. 미키마우스처럼 큰 입은 언제나 싱글벙글하시며 미소를 그렸다. 아이들을 야단치실 때도 절대로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분필만 드시면 칠판에는 해리 포터보다 더 신기한 마법의 그림이 그려졌다. 우리는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 되면 마냥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농부의 아들이면서 고향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일 년 내내 열심히 일을 해도 현금이 없는 농촌 생활의 실정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월요일이면 조회했다. 그 시간이면 교장 선생님은 운동장 단상에서 빼놓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바로 육성회비가 밀린 순서대로 학급 반 이름을 부르며 담임선생님을 야단치시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 반은 대부분 꼴찌였다. 학생들은 야단맞는 천사 같은 담임선생님을 보며 모두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교실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늘 우리를 달랬다. 부모님께 육성회비 달라고 떼쓰지 말라고 했다. 가을에 매상하면 주실 거니까 기다리라며 우리를 타일렀다. 철부지 우리는 이런 선생님의 마음에 보답할 수 없는 상황을 더 크게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착하게 말썽부리지 않는 것으로 보답하려 했다.
3년 동안 선생님은 담임이 아닐 때도 수업 시간에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이 받을 야단을 대신 맞으며 방패가 되어 주셨다. 부모님의 마음까지 헤아리시는 선생님의 너그러운 마음과 어린 제자들을 향한 사랑이 나의 인성이 다듬어지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고향에 가면 선생님을 뵙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선생님께 가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벌써 긴 시간 인사를 여쭙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에 살아계신 선생님이다.
김태연 선생님은 대학을 막 졸업하고 오신 청순한 미모에 소녀 같은 분이셨다. 항상 미소가 가득한 얼굴에 명랑 상큼한 성격이 언니처럼 좋았다. 고1부터 3년 동안 두 번이나 나의 담임선생님이시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가서 나는 한 가지 소원뿐이었다. 빨리 취업해서 엄마의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상업고등학교라 주산, 부기, 타자 자격증이 진로를 결정해 주는 시대였기에 선생님의 격려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집과 학교가 먼 거리이다 보니 1년을 통학하다가 힘이 들어서 외사촌 언니의 자취방에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언제나 미소가 넘치는 한 살 많은 언니는 친언니 이상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코가 시려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십 리 길 통학에 비하면 왕궁 생활이라 여겼다. 하지만 문제는 주판 연습을 밤새워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이 시려서 주판을 튕길 수가 없었다.
담임선생님인 김태연 선생님은 나이로 치면 몇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내가 선생님도 기특하셨던지 거의 3학년 학업을 마칠 때까지 선생님 댁에서 과외 아닌 과외를 해 주셨다. 저녁 먹고 선생님 댁에 가면 밤늦게까지 주판 연습을 하게 했다. 추운 겨울 저녁에 선생님 댁은 너무 따뜻해서 연습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단 수가 올라갈수록 힘든 암산 숫자를 불러주시며 연습하게 했다. 선생님 덕분에 졸업할 때 상업고등학교의 필수 실력인 주산, 부기, 타자 모두 높은 급수를 취득할 수 있었다. 엄마의 단호한 권유로 고3 2학기에 부산으로 취업해 떠나오게 되면서 선생님과의 이별도 시작되었다.
졸업 후에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았다. 이십 대 초반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면서부터 내 삶이 정신없이 흘러왔다. 동생들을 돌보며 얼떨결에 주어진 엄마의 역할로. 선생님께 전화 한 통 드리지 못하고 살았다. 한 해가 저물 때면 마음 한구석에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늘 꿈틀한다.
어느새 할머니가 된 내 삶을 돌아보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두 분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사람의 도리를 알게 하시고 힘없는 아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신 김수현 선생님. 제자들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있다.
사회라는 현실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길에 필요한 실력을 만들어 주신 김태연 선생님. 이젠 나이로는 손자 손녀 재롱 보는 같은 시대를 디디며 산다. 3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쉬고 싶은 저녁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신 선생님의 사랑 영원히 가슴에 새겨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두 분의 선생님 덕분에 오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졸작인 시집 한 권과 감사의 맘 담은 작은 꽃 한 바구니로 안부를 여쭸다. 선생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올해는 꼭 시간을 내서 찾아뵈려 다짐한다. 나 또한 타지에 살지만 아름다운 내 고향 합천의 추억과 두 분 선생님이 나눠주신 사랑으로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도록 애써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