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권해조
논설위원
연강 나룻길 관광단상
얼마 전 DMZ 관광(주)에서 주관하는 DMZ 평화누리 연강(漣江)나룻길 일일관광에 다녀왔다. 연강은 예로부터 경기도 연천군을 흐르는 임진강(臨津江)을 달리 부르던 말이다.
관광 일정은 오전 9시에 마포 공덕역에서 출발하여 자유로를 경유 파주출판휴게소에 들렸다가 통일동산, 임진각, 임진교를 지나 첫 방문지 로하스 파크에 도착하였다. 하차 후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연강나룻길 트레킹을 하였다. 트레킹 코스는 평화누리길 12번코스 일부로서 로하스파크에서 옥녀봉 정상을 거쳐 군남댐에 이르는 5km정도의 숲에 쌓인 오솔길이었다. 옥녀봉(205고지) 정상에서 올 3월 연천군에서 세운‘인사하는 사람’을 구경하고 임진강 주변과 북한 지역을 보면서 군남댐( 두루미테마파크)에 도착하였다. 군남댐을 보고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옥계3리 마을회관에서 부녀회가 준비한 오찬을 하고 태풍전망대로 향했다. 태풍전망대는 155마일 전선에서 적과 가장 가까운 800미터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전망대 앞에는 6.25전쟁 때 보병 1사단과 중공군이 가장 치열했던 베티고지(일명 김만술 고지)가 있었고, 그 옆에 피의능선(노루고개)과 우측으로 임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태풍전망대를 보고 근처 연강 갤러리에 잠간 들렸다가 서울로 돌아 왔다.
이번 연강 나룻길 관광은 나에게는 여러 면에서 뜻있고 감명이 깊었다. 첫째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기분으로 마음 설레고 유익한 관광이었다. 이 지역은 약 45년 전 초급장교시절 3년간 살던 곳이다. 월남전참전 후 귀국하여 처음 부임한 곳이며, 이 지역에서 대대 작전장교를 하다가 대위로 진급하여 연강나룻길 시발점인 옥녀봉 근처에서 독립포대장을 하였고 결혼하여 신혼살림을 차린 곳이다. 전역 후에 가족과 잠간 스친 길은 있었지만 또다시 옛 근무지를 찾아 잠시나마 고향의 연민을 느끼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둘째는 새로운 연천을 발견하였다. 버스 안에서 연천관광 지도를 받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었다. 연천군은 한반도 허리 서쪽에 위치하여 임진강이 중부내륙지역을 관통하고 서남부까지 에워싸고 있다. 임진강은 함경도 마식령에서 발원하여 북한지역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군남지역에서 만나 도감포에서 한탄강과 합류하여 서쪽으로 향하다가 파주 조도(祖島)에서 한강과 다시 하나 되어 서해로 흐른다. 연천지역은 깊은 산속에서 임진강에 휩쓸려온 토사가 평평한 용암지대와 만나 얕은 여울목을 만들어 구석기인부터 정착한 곳이다. 1976년 전곡리에서 20만년 전 구석기시대 유적과 1998년 장남면 원당리에서 50만년 이전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듯이 50만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원(始原)의 땅으로, 옛날부터 남북을 연결하는 길목이었으며 전국을 연결하는 모든 길의 출발점이라고 하여 흔히 한반도의 로마라고 불렀다.
연천군은 좌측 장남면에서 우측 신서면까지 군사분계선 155마일 가운데 북한과 가장 긴 접경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53여개의 삼국시대 성터를 비롯하여 6.25전쟁의 상혼이 곳곳에 많이 있다. 콩, 옥수수, 전국 60%의 율무(薏苡仁)생산 등 농산물이 주산이며 현재 지자체 가운데 경제자립도가 최하위로 최근에는 관광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주요관광지는 수도권 북부 최대 수변관광지인 한탄강 관광지, 부곡리의 제인폭포, 대광리 역고드름, 미산면 주상절리, 동막골 유원지, 군남면 홍수조절지 군남댐 두루미 테마파크, 중면 황산리 임진강 평화학습지원, 옥계리에 있는 농산물 가공단지와 농촌휴양단지인 로하스 파크, 바람 같은 향기로 가득 찬 허브빌리지, 연강갤러리 등이 있다. 역사유적지로 전곡리 유적, 선사박물관, 연천 고인돌 공원, 미산면에 조선시대 고려 왕들과 위패를 모신 숭의전지(崇義殿址), 장남면 경순왕릉, 고구려 3대성인 당포성, 은대리성, 호로고루성 등이 있다. 안보 체험장으로는 김신조 침투로, 승전OP, 상승전망대, 제1 땅굴, 태풍전망대, 전곡에 통일부 한반도 미래센터 등이 있다. 이밖에 농촌 체험마을로 신서면 고대산 산촌생태마을, 백학면 새둥지마을, 왕징면 나룻배마을, 청산면 초성김치마을과 푸르내 마을, 군남면 옥계마을 등이 있다. 트레킹코스로 연천평화누리길 10코스(고랑포길), 11코스(임진적벽길), 12코스(통일 이음길)와 고대산, 군자산, 옥녀봉 등이 있다.
셋째로 연강 나룻길 탐방의 의미이다. 연강 나룻길은 군남면 선곡리 군남댐 두루미 테마파크에서 삼곶리 돌무지무덤(백제유물)을 지나 태풍전망대에 이르는 16키로미터 구간이다. 이 길은 우리민족의 가슴에 사무친 평화통일 염원이 담긴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휴전선아래 첫 번째 길인 평화누리길 12코스(군남댐에서 신탄리까지 24키로미터)의 일부이다. 이번 탐방은 로하스 파크에서 옥녀봉을 거쳐 군남댐까지 트레킹을하고 나머지는 버스로 이동하였다. 군남댐은 임진강 홍수 조절을 위해 2011년 휴전선 남방 6km지점에 높이 26미터 길이 658미터로 만들어졌다. 이 유역은 97%가 북한 땅으로 분단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 상태 보존지역이다. 임진강이 북한지역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이 지역에서 남쪽 땅과 처음 만나는 곳으로 울창한 자연림과 각종두루미(천연기념물)를 비롯한 온갖 희귀 동식물이 둥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임진강변은 옛날부터 풍광이 아름다워 풍류선비도 많이 배출했다. 조선시대 연천출신 선비 미수(眉叟)허목(許穆)이 임진강 뱃놀이를 즐기며 연강나룻길을 예찬하는 시를 썼으며, 화가 겸재(謙齋)정선(鄭歚)의 화첩에도 연강임술첩(漣江壬戌帖)이 실려있다. 그리고 임진강에는 천연기념물 제190호 황쏘가리와 제259호 어름치를 포함해서 60여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예부터 왕실 보약으로 유명했다.
특히 연천지역은 지금도 남북 접경지역으로 DMZ(비무장지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삼국시대부터 6.25 전쟁까지 치열한 격전지 였다. 임진강변에는 고구려의 호로고루성(사적 467호), 당포성(사적468호), 은대리성(사작 469호)이 있고, 답사한 옥녀봉정상 부근에도 6세기 이후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650여 미터 성벽이 있다.
나는 모처럼 아름다운 단풍에 휩싸인 경기도 최북단 평화누리 길을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새로운 연천의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옛날에 선녀들이 살았다는 전설의 옥녀봉에 올라 동쪽 고대산과 군자산, 서쪽 휴전선을 넘어 흘러오는 임진강물과 군맘댐, 남쪽 가을들판, 북쪽의 북한 땅과 태풍전망대를 보면서 연천의 풍광을 다시 보았고 분단의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휴전선 서부 최북단 평화누리길을 답사하며 통일의 꿈을 간직하고 돌아왔다. 앞으로 DMZ관광(주)와 연천군이 주관하는 평화누리 연강나룻길 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