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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73) 장날 – 김경미

어머니는 자식 같은 푸성귀
다리 사이에 끼고 앉아
하나 둘 돈을 산다

생각만 해도 혀끝에 꽃 열리는
국화빵 한 봉지 어깨춤으로 걸어온다

월남치마에 묻어온 비린내
한 토막
당산나무에 낼름 올라 앉아
오래된 아버지를 기다린다

그 날처럼.

손국복 시인의 시평|

비교적 단시이지만 장날의 풍경이 확연히 그려진다. 곡식과 푸성귀를 팔아 “돈을 산다.”는 표현은 경상도 사람이 아니고서는 좀체 이해하기 힘든 구절이다. 필자도 어릴 적 아버지께서 “오늘 장에 돈 사러 간다.”는 말을 더러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씀이다. 물건을 팔았으니 돈을 사 와야지—.
이 짧은 시 속에 시골 장날의 풍경이 몽땅 들어 있다. 국화빵 월남치마 비린내 당산나무 아버지— 시골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단하지만 정겨운 시골 생활을 위 시는 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김경미 시인. 합천읍 출생으로 여고시절부터 <황강백일장>을 통해 그 문재를 인정받은 젊은 시인이다. 합천문협 초창기 우수 회원으로 주목 받았다. 그의 시는 생선 비늘처럼 언제나 신선하고 나는 새처럼 활유가 살아 있다. 빼어난 비유로 그만의 독특한 시의 색깔을 선보인다. <빨간 펜> 지도교사로 활동하다 본격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커피 숍>과 <한식당>을 운영하며 오랜 동안 창작 활동을 쉬고 있다.
어느 날 불쑥, 잘 익은 시 한 바구니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나길 간절히 비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