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살아야 아이들이 건강합니다”… 권두보 생태생명농장 대표 (인터뷰)

[인터뷰 기사]

“땅이 살아야 아이들이 건강합니다”… 권두보 생태생명농장 대표

5월 말의 끝물 딸기로 전국 최고상을 거머쥔 권두보 생태생명농장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년 넘게 화학비료도, 농약도 없이 오직 땅의 힘만으로 딸기를 키워온 농부다. 그의 딸기 한 알에는 토양 미생물 이야기부터 아이들 급식에 대한 간절한 바람까지, 묵직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 5월 말 끝물 딸기로 국무총리상을 받으셨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딸기 끝물은 5월 말이면 상태가 나빠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3월부터 5월까지 수확하는데, 5월 말이 되어도 당도와 향이 유지됩니다. 심사위원들이 재배 방식이나 배경을 전혀 모른 채 오직 상품성만 보고 블라인드 평가를 했는데, 그 결과 400여 품목 중 최고점을 받은 겁니다. 정말 제대로 된 유기농사를 지어온 보람을 느낍니다.”

— 화학비료도, 친환경 농약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농사를 하신다고요. 힘들지 않으신가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토양입니다. 흙 1g에는 미생물이 1억 마리씩 삽니다. 이 미생물에게 볏짚·깻묵·퇴비 같은 유기물을 듬뿍 주면 땅의 지력이 살아나고, 그 영양분을 먹고 자란 작물은 스스로 면역력을 키웁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건강한 환경과 음식을 주면 병에 잘 안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초 면역이 튼튼하니 굳이 약을 칠 필요가 없는 겁니다.”

— 겨울에 수확하지 않고 3월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있나요.

“노지 딸기의 진짜 제철은 원래 5~6월입니다. 식물도 제대로 자라려면 자연의 온도, 일조량, 낮의 길이가 맞아야 합니다.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는 11월부터 2월까지, 딸기는 겨울잠을 자면서 ‘옥신’이라는 자체 생장 호르몬을 만듭니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봄에 건강하게 깨어납니다. 반면 비싼 겨울 가격을 노려 억지로 열매를 맺게 하면 작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에 취약해집니다. 저는 수입이 조금 줄더라도 작물의 자연스러운 생체 리듬을 존중합니다.”

— 그렇게 키운 딸기는 일반 딸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수확량을 늘리려고 질소 비료를 많이 주면, 작물이 수분을 과도하게 흡수해 세포가 물풍선처럼 뻥튀기됩니다. 크기는 크지만 금방 무르고 향도 옅습니다. 제 딸기는 질소질을 거의 주지 않아 세포가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로 빽빽하게 채워집니다. 같은 크기의 딸기 한 알이라도, 제 딸기 한 알을 먹으면 일반 딸기보다 세포를 수십·수백 배 더 먹는 셈입니다. 향과 단맛의 밀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유기농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젊을 때 비염과 전신 습진이 굉장히 심해서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994년부터 한살림 유기농 먹거리를 꾸준히 챙겨 먹었더니 3~4년 만에 습진이 깨끗하게 나았어요. 내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2002년에 완전히 귀농했습니다. 놀라운 일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간경화로 돌아가셔서 형제들이 모두 B형 간염 보균자인데, 이 유기농 딸기를 꾸준히 섭취한 가족 3명에게서 모두 B형 간염 항체가 생겼습니다. 의사들도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부분이라며 믿기 힘들어했습니다. 땅의 생명력이 담긴 농산물이 사람의 면역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스마트팜이 대세인데, 현장에서 느끼는 소외감이 크다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국가 지원과 정책이 온통 스마트팜에 쏠려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흙에 농사를 짓는 게 아닙니다. 땅을 덮고, 상토라는 인공 물질에 뿌리를 고정한 뒤 16~17가지 원소를 배합한 화학비료 물, 즉 양액을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과시켜 키우는 방식입니다. 인류는 수만 년 동안 흙 속의 미생물과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화학적으로 조제된 양액만 먹고 자란 작물을 아이들이 장기간 먹었을 때 어떤 영향이 생길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친환경 급식에조차 그런 방식으로 키운 무농약 제품이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납품되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 유기농 딸기를 학교 급식으로 납품을 해오다가, 그것이 최근 끊겼다 들었습니다.

“이 딸기를 부자들만 먹으라고 키운 게 아닙니다. 부산 기장의 한 학교 급식 센터장님이 제 철학을 알아봐 주셔서 3년간 납품을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뀐 뒤 일반 딸기보다 1.7배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계약이 끊겼습니다. 물풍선처럼 부푼 딸기 두 개 먹일 돈으로 제대로 된 유기농 딸기 한 개를 먹이는 게 아이들 건강에 훨씬 이득인데, 오직 단가만 따지는 현실이 너무 슬펐습니다. 세포가 꽉 찬 진짜 건강한 딸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먹이고 싶었는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 펑펑 울었습니다.”

— 국가와 지자체,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유기농업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넘어 땅과 환경을 살리는 공익적 가치를 지닙니다. 유기농가들이 지속 가능하게 농사를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판로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자체와 국가가 유기농산물과 관행 농산물의 가격 차액을 정책적으로 보전해, 우리 아이들 학교 급식에 건강한 유기농 딸기가 차별 없이 공급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소비자분들께서도 내 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진짜 땅에서 자란 먹거리가 무엇인지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