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어머니가 바라는 마음

공원석
논설위원

제 어머니께서는 뇌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유언을 남기지를 못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사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를 그리면“어머니가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시장을 가려고 나서는 아들에게 바구니를 건네며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라. 이왕이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도 많은 생각을 하지마라. 고르는 것보다는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건을 살 때는 아무한테나 가격을 물어보지 말고 먼저 장안을 둘러보고 사람을 찾아라. 옷이 남루한 노인도 좋고 초라한 가게도 좋다. 물건을 고를 때는 물건을 덥석 집지 말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집어 들고 공손히 돈을 내밀어라. 오는 길에 네 짐이 무겁지 않아야 한다. 무겁다면 욕심이 많았던 거야. 오늘 산 물건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마라. 사람들이 지나간 일을 생각하느라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단다.
시장에서 구입한 씨앗을 심으려는 아들에게 어머니께서는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씨앗을 심을 때는 다시 옮겨 심지 않도록 나무가 가장 커졌을 때를 생각하고 심을 곳을 찾아라. 준비가 부실한 사람은 평생 동안 어려움을 감당하느라 세월을 보낸단다.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마라.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선 많은 잎들이 필요한 법이다. 열매가 가장 많이 열렸을 때 따는 것도 좋지만 며칠 더 풍성함을 두고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열매 하나하나가 한꺼번에 익는 경우는 없단다. 어제 가장 좋았던 것은 오늘이면 시들고 오늘 부족한 것은 내일이면 더 영글 수도 있단다. 열매를 따면 네가 먹을 것만 남기고 이웃에 나눠 주거라. 태풍이 불거나 가뭄이 든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매일 화창한 날씨만 계속된다면 나무는 말라 죽는 법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아프고 흔들린다는 걸 명심하려무나.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럽고 아름다우신 분은 누구에게나 어머니십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저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고난과 역경 때문에 그렇게도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주신 사랑을 이제는 누구에게서 받을 가를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여 더 울었습니다. 효도하지 못한 참회(懺悔)의 마음으로 통곡하였습니다. 나에게 고난이 온다면 그 어려움을 누구와 나눌 가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여 목 놓아 울었습니다. 형제자매간의 우애에 금이라도 간다면 누가 이를 조율하고 화해시켜줄 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 소리쳐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 하나 하나는 어머니의 삶의 체험에서 얻으신 인생철학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깊은 뜻을 몰랐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서야 바늘귀만큼이나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세상에서도 후손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 어머니를 그립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뿐이지 어느 것 하나도 이루지를 못합니다. 누구의 어머니나 마음은 하나인데 자식들 마음은 왜 제 각각일까요? 어머니마음을 가르치는 효(孝)교육이 인성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