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민주주의
문준혁
합천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얼마 전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아쉽게 끝이 났다. 비록 NC가 우승하진 못했지만 그 열기는 대단했다.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에서 유독 프로야구가 전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는 뭘까?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프로야구 초창기 마케팅의 성공을 들 수 있다. 정확하게 어린이 회원 마케팅의 성공이다. 80년도 초창기의 신문을 보면 서울 강남의 초등학생 절반이 프로야구 잠바를 입고 등교를 했고, 이에 교육청이 야구잠바를 입고 등교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기사가 있다.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가 처음 도입한 어린이 회원제를 다른 프로야구 구단들도 벤치마킹하여 당시 각 구단별 어린이 회원이 2~30만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구단주의 입장에서 당장의 손익계산에는 불리하지만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그렇게 미래의 잠재고객 확보에 성공을 하였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스포츠가 되었다.
그럼 우리나라 정치에 관해서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인기는 어떠할까? 요즘처럼 인기가 없을 때가 또 있었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유독 특정 정치인에 대해 “난 지금까지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민주주의나 정치에 대한 정보 부족을 토로하는 것이다.
영국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다. 브렉시트로 인종간·지역간 갈등과 분열의 열병을 앓고 난 많은 영국국민들도 “국가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전에 충분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과 영국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시민권 교육, 즉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이 열악한 나라다. 영국은 10여년 전에 이 사실을 깨닫고 2002년부터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하였지만 브렉시트 투표에 참여한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반면,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민주주의 초창기에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를 야심차게 추진해온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었다. 민주시민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정치과 연관되어있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정치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삶 또한 바꿀 수 있다.” 고 굳건히 믿고 자랐다. 그러한 믿음이 국가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자국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이 해야하는 역할이 반드시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으며, 왜 사람들로부터 권력이 나오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최소한 정치에 대한 정보부족을 토로하지 않을 것이다. 불씨만 당기면 금방 끓어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가십성의 관심, 혹은 정치인의 외모나 이미지를 통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에 관련된 문제의 본질이나 증거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정치적 의견을 뒷받침하는 주장과 사실을 충분히 살펴볼 기회도 가질 것이다.
오늘날 스웨덴의 민주시민교육의 기틀을 다진 올로프 팔매 총리는 “모든 사람이 정치인이다. 누구든 자기 생각을 전하고 움직이면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고 말했다. 초창기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이 지금 그들의 배우자·자녀들를 야구장으로 데려오고 있는 것처럼, 하루빨리 대한민국에 민주시민교육이 활성화 되어 그들의 가족을 건전한 민주주의 토론의 장으로 데리고 오는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