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시이(棗栗柿梨)를 제상에 올리는 이유-장풍득수(藏風得水) 이야기(105)
진대수
풍수가 겸 수필가
(010-2624-3694)
제사를 모실 때 보면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있다. 제수를 진설(陳設)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제수 역시 고인의 생전의 기호나 형편에 따라서 늘거나 줄기도 하고 독특한 것이 오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치는 덕목 중의 하나는 아무리 간소한 제사라 할지라도 삼색 과일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대추와 밤과 감이다. 감이 없는 계절에는 곶감, 이렇게 세 가지는 반드시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왜 그런가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지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런가 하는 의미를 적어본다. 대추(棗)는 빛깔이 좋아서도 아니요 맛이 좋아서도 아니다. 거기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대추의 특징이라면 한 나무에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이 닥지닥지 많이도 열린다는 것도 되겠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의 묘한 생리다. 그것은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람에게로 옮겨 놓으면 어떤 의미가 되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 후손을 이어야 한다. 제상에 대추가 첫 번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고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 집안에 후손이 끊어지면 그 집안이 망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막 혼례를 올린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 때, 대추를 한 움큼 새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 주는 것도 같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 열듯이 많이 낳아, 자손이 번창하게 하라는 것이다.
밤(栗)이라는 식물도 생리가 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알의 밤이 땅속에 들어가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서 줄기와 가지와 잎이 되어 성숙한 나무를 이룬다. 여기까지는 여느 식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여느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최초의 씨앗은 사라져 버리지만, 밤만은 땅속에 들어갔던 최초의 씨 밤이 그 위의 나무가 커서 밤이 열 때 까지 썩지 않고 남아 있다.
밤의 생리도 묘하다. 밤은 나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자손이 몇 십, 몇 백 대를 헤아리며 내려가더라도 조상은 언제나 나와 영적으로 연결된 채로 함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조상을 모시는 위패, 신주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 밤나무가 특별히 결이 좋은 것도 아니요 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드시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밤나무의 그 상징성 때문이다. 감(柿)은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감 씨를 심으면 절대로 감나무가 되지 않고, 고욤나무가 된다. 감나무를 만드는 방법은 고욤나무가 3∼5년쯤이 되었을 때 그 줄기를 대각선으로 짼다. 그리고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거기에 접을 붙여야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바는 이렇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에는 생재기를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삼과(三果) 외에 배(梨)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한다.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고 있고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물로 쓰인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