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

사주팔자는 바꿀 수 있을까? (2)-이병생

“가다니?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냐?”, “아까 일행선사님과 나눈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형제가 빌어먹을 팔자라면 일찍 빌어먹을 일이지! 외삼촌 집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떠나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꾸만 만류하는 외삼촌을 뿌리치고 배탁과 함께 집을 나온 배도는 거지가 되어 하루하루를 구걸하며 살았다.
어느 날 형제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산다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혼령도 편안하지가 못할 것이다. 산으로 들어가서 숯이나 구워서 팔면서 공부도 하고 무술도 익히자!” 그들은 산속에 들어가 숯을 구웠고, 틈틈이 글 읽기를 하고 검술도 익혔다.
그리고 넉넉하게 구워 남은 숯들을 다발다발 묶어 단정한 글씨로 쓴 편지와 함께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다. 이 숯은 저희들이 정성을 들여 구운 것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마음 놓고 쓰십시오.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이렇게 꾸준히 숯을 보시하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마을 사람들도 감사하게 생각하였고, 마침내 숯이 도착할 시간이면 양식에 보태라며 쌀을 대문 밖에 내어 놓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들 형제는 먹을 만큼 이상의 양식은 절대로 가져가지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두 형제에 대한 소문은 온 고을로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듣고 외삼촌이 찾아와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집으로 들어가자.”고 간청하였다. 그들이 집에 이르자 때마침 일행선사도 오셨는데, 배도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얘야! 너 정승이 되겠구나!”, “스님! 언제는 저희 형제더러 빌어먹겠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어찌 정승이 되겠다고 하십니까? 거짓말 마시오.”, “전날에는 너의 얼굴에 거지 팔자가 가득 붙었더니, 오늘은 정승의 심상(心相)이 보이는구나!”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자 일행선사는 무릎을 치면서 기뻐하셨다. “그러면 그렇지! 너희들의 마음가짐이 거지 팔자를 정승팔자로 바꾸어 놓았구나!”
그 뒤 참으로 배도는 정승이 되었고, 동생 배탁은 대장군의 벼슬을 마다하고 황하강의 뱃사공이 되어 오가는 사람을 건네주며 고매하게 살았다고 한다.
내 업은 내가 기꺼이 받는다는 자세로 살았던 배도와 배탁 형제!
가까운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가난한 이웃을 도운 선행이 거지 팔자를 정승 팔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누구든지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기위해서는 재물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즐기면서 살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나의 행복한 앞길을 가로막아 버리는 경우는 예상외로 많다. 곧 돈의 맛을 알고 탐욕에 사로잡히다보면 ‘돈의 노예’가 되고 돈이라면 물불조차 가리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신문, TV 등을 통하여 매일매일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에 대해 혐오감을 느낄 만큼 범죄유형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끔찍해지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이 무서우리만큼………..!
그런데 이 대부분의 사건들이 재물이나 권력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재물을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탐욕의 불씨가 되어 어린아이를 납치하기도 하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기까지 한다. 요즘은 온 나라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아넣은 사건들을 TV를 통해서 잘 볼 수 있다. 정말 대형 사고라 할까? 이렇게 남의 생명을 경시하면서까지 추구하는 돈! 그 돈이 바로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요! 그 돈을 위해 사는 사람은 이미 지옥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 문제만 개입되면 인정사정 두지 않는다. 내일 원수가 될지언정 안면을 몰수하고 돈을 받아내기에 바쁘다.
어려운 사정 때문에 눈덩이 같이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렸다가 집과 재산을 날린 사람이 어찌 적다고 할 것인가?
은행 등 공공기관에서조차 정해 놓은 날짜에서 하루만 지나도 절대로 봐주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빨간 딱지를 붙이면서 차압을 하고 집을 빼앗아 버린다. 이런 세월 속에서도 한푼 두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위하여 성금을 내는 분들의 이름이나 회사명, 단체명 등 TV를 통해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합천지역에서도 지역신문을 보면 많은 분들이 교육발전기금이나 불우이웃 성금을 기탁하는 내용이 신문의 한면을 꽉 채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분들 역시 위에서의 말한 배도와 배탁의 이야기처럼 훈훈한 보람이 있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