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탄핵찬반 집회를 보고-권해조
지난주 수요일은, 98주년 삼일절이었다. 서울 도심 광화문과 시청 앞에는 세종대로를 분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찬반집회가 열렸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사회는 탄핵정국에 빠져 민심이 탄핵찬반 두 동강으로 갈라져 너무 혼란스럽다. 특히 매주 토요일 오후는 찬반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보도의 공평성을 무시하고 국회청문회와 특검활동을 집중보도하여 국민들은 극도로 지쳐있으며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임박해서인지 3월 1일에는 제15차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와 제18차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지금까지 집회 중에 최대 규모로 많이 모였다. 이날 양측은 대형 확성기로 서로 상반된 구호와 주장, 노래로 선동이 난무했다.
먼저 태극기 집회는 오전 11시부터 기독교 주관에 이어 오후 2시부터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 본부)의 주최로 열렸으며, 동화 면세점, 교보빌딩에서 시청, 남대문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반면 촛불집회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 총연맹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관으로 오후 4시경부터 광화문 정문, 세종회관 앞에서 열렸다. 그리고 태극기 집회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성조기와 태극기, 각급안보단체 깃발을 들은 50-70대 기성세대가 대부분이었으며, 촛불 집회는 노랑리본을 달은 학생, 젊은층 운동권이 대부분이었다.
양측 집회분위기도 판이하였다. 태극기집회는 박대통령 사진과 함께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현재의 탄핵기각이 국민의 명령’ 이란 구호피켓을 들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보수단체와 교회단체가 많았다. 반면에 촛불집회는 박대통령 흉상과 대기업 로고를 오랏줄로 묶고 이석기, 한상균 석방, 박근혜 정권퇴진, 재벌총수 구속, 헬조선 타파, 민중혁명 등의 구호가 난무하였다.
그리고 탄핵찬반집회에 대권주자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여 정쟁으로 부추겨 집회가 정치적 이념적 대결로 증폭되고 있다. 특히 태극기 집회에는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 하였고, 촛불집회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 인용이 되던 양측의 불복투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헌재의 판결이다. 탄핵심판은 정치재판이나 형사재판도 아니다. 헌재 재판관들은 오직 법적양심으로 헌법과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고영태 녹음파일이나 국회의 탄핵요건 불성립 등 여러 법조인들의 고언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시간에 얽매인 졸속 여론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갈라진 민심을 살리고 탄핵 찬반 양대 세력에게 모두 만족하고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헌재의 솔로몬의 지혜의 명 판결을 내려야한다.
헌재 판결 이후도 걱정이다. 탄핵인용, 기각이나 각하가 되던 양분된 민심을 수습하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탄핵기각 또는 각하로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도 리더십 회복과 야당의 반발 등으로 대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로논객들은 오늘의 상황은 1945년 얄타회담에서 한반도 신탁통치 결정 후 ‘친탁, 반탁’으로 나누어 분단될 때와 흡사하다며 걱정하고 있다. 1946년 삼일절에도 민족진영과 좌파진영으로 따로 기념식을 가졌고 이듬해 대규모 유혈사태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역사의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한다. 해방 후 남북이 분단된 것도 억울한데, 올해 삼일절에 광화문 시청거리에서 갈라진 민심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그동안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가 송두리째 무너질까 걱정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 미사일로 남한을 협박하고, 최근 생화학무기로 김정남을 암살까지 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한국관광 중지, 롯데상품 불매운동 등 사드배치보복을 노골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이어 미국도 대북선제타격 주장을 하고 있다. 국내문제도 개헌, 대선, 평창올림픽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탄핵정국에 휩싸여 손도 쓰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최선의 해결방법은 하루빨리 헌법적 절차를 통해 탄핵정국을 종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과 모든 국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특히 탄핵 찬반세력들은 물론 여야 대선주자들이 솔선 동참해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이해와 양보, 배려와 대화로 풀면서 조국대한민국을 위하여 새롭게 하나로 똘똘 뭉쳐야한다. 이것만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나라가 살고 힘 있고 부강해야 개인도 건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