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

봄 풍 경-강병율

강병율
전 합천초 교장

지난 봄날엔
민들레, 개나리, 할미꽃 따라
방그르는 햇볕 따라 흰고무신 버선발로
나물 소쿠리 옆에 끼고 사립문을 나섰으며,
아이들은 얼음 녹은 시내가의 방천 위를 달리며,
손가락으로 고기떼를 가리키며 하루해가 저물었다.

언덕배기 여울 가의 물오른 버들가지에
연두색 수채화로 물들여지면,
양지 뜸 언덕배기엔 쇠풀이 제법 자라나고
꼴소쿠리 내기 걸어 놓고 낫치기* 하던 날,
어쩌다 비행기 소리 요란하면 귀 가리고 숨죽이며,
‘또 난리가 날 것인가’
전쟁 속에 자란 아이들은 놀란 가슴으로 몸을 숨겼다.

지게가 리어카로 변하고
훌쩡이 대신 경운기 소리 요런 하건 시절,
처녀 총각들은 모두가 도회지로 떠나버리고
봄날 동에 잔치로,
떡, 단술, 찬합을 머리에 이고 떠나던 소풍날 대신
동내마다 관광버스가 노인시대의 봄날을 대신하였다.

정유년의 새봄은 더디게 왔다.
모두가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서
나라의 춘궁기를 이겨내고자 봄맞이 간다고 한다.
네편 내편을 내 새우며 뽐내는 서사시의 봄 풍경 대신
꽃피고 새우는 서경의 봄 풍경이면 좋겠다.

그러나 강물은 쉼 없이 흐르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려놓는다.
사람은 때론 가로 질러가도 만고의 봄날은 언제나 정연하다.
세월이 흘러가도 삼라만상의 봄은 그대로 인데
사람들은 세월 따라 봄앓이를 한다.

겨울 옷 훨훨 털고 봄맞이 가자.
장다리 밭의 노랑나비,
토담 밑에 병아리 떼 노니는
봄풍경을 그려보자.

▶낫치기 – 지난 시절 마을 아이들은 소나 돼지에게 먹일 풀을 낫으로 베어 꼴소구리에 담아왔는데, 일정한 양의 꼴(풀)을 걸어 놓고 내기를 한다. 즉, 낫자루를 공중에 회전시켜 던지고는 낫이 ‘ㄱ’ 자 모양으로 정확하게 땅바닥에 꽂으면 이기는 놀이이다. 놀이에 지면 일정한 양의 꼴(풀)을 상대방에게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