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합천향토사연구회 제2차 역사인물 및 유적답사 (2) -이성동 논설위원
이성동 논설위원
5세기 후반 장수왕 때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격하고 충주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는데, 6세기 대에 이르면 신라와 배제가 나제 동맹으로 이 지역을 회복하고, 신라와 배제가 가야지역으로 진출하면서 가야국들의 권역 축소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6세기 대에 안라국은 남부 가야제국을 주도해 가면서 동쪽과 서쪽에서 잠식해 들어오는 백제와 신라에 대하여 군사적 또는 외교적으로 대항하였으며, 왜(倭) 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야제국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안라국은 신라의 가야지역 진출이 본격화 되던 561년 신라 진흥왕에 의해 멸망되고 말았다. 삼국사기를 쓴 저자가 신라를 중심에 두고 역사를 기록했기 때문에 가야사는 이 지역에 묻혀있던 가야인들의 흔적인 유적과 유물들을 통해서 가야역사를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시대의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하여 130군데가 넘는 크고 작은 고분군과 왕궁지, 대형건물지, 산성, 토기가마 등 가야시대 유적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왕과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형 봉토분(封土墳)으로 100여기의 대형고분들은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처럼 높은 곳에 열을 지어 위치하고, 그 아래로 1,000기나 되는 중`소형의 고분들이 분포하고 있다. 그 면적이 약 52만㎡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37기의 고분과 도굴꾼에 의해서 원형이 훼손 된 고분도 있다.
이 고분군은 일제 강점기에 처음 조사되었는데, 당시 제 34호분은 봉토의 지름이 39.3m, 높이가 9.7m나 되는 최대 규모의 왕릉이었다.
최근에는 고분군 북쪽 끝자락에 있는 마갑총에서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것과 유사한 마갑이 출토되었고, 다섯 사람의 순장 인골이 확인된 제8호분의 조사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현재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알려지게 된 사실은 첫째, 불꽃모양의 창을 낸 굽다리접시(火焰形透窓高杯)는 아라가야가 여러 가야 중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진 정치세력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둘째, 각종의 큰칼` 갑옷` 말갑옷` 새가 달린 미늘쇠(有刺利器)같은 철제품과 금` 은‘ 유리` 옥으로 만든 장신구들은 아라가야 왕의 강력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기원 전후부터 6세기 중반까지 만들어진 이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멸망의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넷째, 이 고분군의 출토품과 같은 유물이 동래` 경주` 일본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바 이는 아라가야의 산물이 다른 가야와 신라, 일본열도의 왜까지 수출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 고분군의 규모와 화려한 유물들은 6세기경의 아라가야가 남부가야의 중심으로 주변국들과 교섭하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이 고분군들은 1986년 처음 발굴이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210여기의 고분이 발굴되었고, 그로부터 9,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20여 차례 학술조사도 병행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발굴 및 학술조사 결과 말이산 고분군은 약 500년 동안 안야국-안라국 지배층 고분임이 밝혀졌으며, 이를 통해 고대 아라가야의 찬란했던 문화를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되어 말이산 고분군은 가야문화권의 주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말이산 고분군은 1962년 1월 21일 사적 제 84, 85호로 지정되었고, 본고분의 효율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2001년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이 계획에 따라 인근 문화유적과 함께 역사탐방 코스로 개발해 가고 있는 중이다.
1. 함안박물관
함안박물관은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으로서 이 지역 특성의 불꽃무늬토기와 수레바퀴모양토기, 새모양의 미늘쇠 등 가야시대의 각종 유물과 문화재들을 함께 전시하기 위해서 2003년 10월에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번지에 함안박물관을 개관했다.
함안 박물관은 5개의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 및 야외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전시실에는 타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불꽃무늬토기(火焰形透窓吐器)를 크게 형상화한 모형으로 전시실 입구에 세워 함안지역을 찾는 탐방객에게 이 지역의 고유 유물임을 인상짓게 하고 있다.
제 1전시실은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의 유물을 전시하여 아라가야 형성 이전의 선사시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는데, 특히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뗀돌이다. 인류 최초 인간의 도구로 사용했던 뗀돌은 구석기시대 손잡이 도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이곳에는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반달돌칼도 전시되어 있는데, 이 유물은 곡식을 효율적으로 수확하기 위한 도구로서 돌낫과 함께 농경문화의 대표적인 석제유물이다.
이외에도 함안지역 신석기 시대의 유물인 빗살무늬토기가 가야읍 주공아파트를 건립하면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를 거쳐 신석기시대에 이르기까지 함안지역에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 2전시실은 함안지역에서 확인된 각 시기별 무덤형태를 모형 제작하여 전시하였는데 이 지역의 고분문화의 변천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중에 독널무덤은 남부지역 특히 영산강 유역에서 많이 출토되고 있는데, 당시 장티브스, 콜레라, 천연두 등의 전염병이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이들 중 아이들은 시신을 독널(옹관)에 넣기 위해 굴장(屈葬)을 해서 매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 3전시실에는 함안지역에서 활동한 안야, 안라국인들이 사용했던 철제유물 특히 말갑옷(마갑)이 출토된 것을 원형 그대로 벽면에 붙여놓았다. 말갑옷을 무덤에 묻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