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洑) 효율적 관리가 더 중요하다 – 이호석
이호석 논설위원
전국 4대강 정비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16개의 보가 해마다 여름철이면 녹조 때문에 환경단체 등 일부 국민으로부터 마치 괴물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볼 때마다 낙동강과 황강 지역에서 70평생을 하천과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4대강 보는 괴물이 아니라 귀중한 수자원의 보고(寶庫)이다.
필자는 고향인 이곳 합천에서 1970년대 초부터 25여년간 토목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주로 한·수해 등 자연재해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공무원 초임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일선에서 본 업무에 매달려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매년 봄부터 초가을까지 각종 재해 대책에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였기 때문이다.
합천군의 중심부로 흐르는 황강과 하류 지역을 지나가는 낙동강 때문에 특히 수해 대책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 조금만 비가 내려도 군소재지를 비롯한 곳곳의 저지대 주택이 침수되었고, 많은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에서 태풍이나 호우주의보 이상이 발령되는 날이면 철야 근무가 일수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칠흑 같은 밤에도 동료 직원들과 함께 자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수방 자재(가마니, 말뚝 등)를 경운기나 리어카에 싣고 강가로 나가 장대비를 맞으며 둑을 지켜야 했다. 횃불이나 손전등을 들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제방 위에서 넘실거리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고 일부 제방이 유실 위기에 처하면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황톳물로 뛰어들곤 했다. 곳곳의 저지대 주민들은 100밀리 정도의 비에도 밤잠을 설쳐야 했고, 가끔은 높은 지역으로 피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8년 황강 상류에 합천댐이 건설되고는 군소재지 등 상류 지역에는 수해가 많이 줄었지만, 군내 상당수 지역은 낙동강물의 역류현상으로 저지대 주택과 농경지 침수 피해가 여전했다. 그 후 20여년 동안 국가에서 크고 작은 하천 정비(제방축조 등) 사업을 많이 시행하였으나 홍수 때 낙동강물의 역류현상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올해 같이 가뭄이 심한 해는 관내 하천들이 모두 바짝 말라 물 한 방울 없는 삭막한 몰골로 우리의 마음까지 메마르게 하였다.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하천바닥을 파고 밤낮 양수기로 몇 단계씩 물을 퍼 올리곤 하였지만, 가뭄이 극심할 때는 하천을 아무리 파도 퍼 올릴 물이 없어 애를 태웠다. 그러니까 전국의 많은 국민이 강을 끼고 살면서도 한해와 수해에 속수무책이었고, 그로 인한 피해와 복구에 매년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4대강 정비사업을 발표할 때 일부에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하천 주변의 피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많은 고생을 한 나로서는 쌍수를 들며 환영하였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하상이 낮아지면서 하천으로 변해 있던 전국 곳곳의 수백만 평의 농지가 되살아났고, 수많은 침수 지역 농지가 수리 안전답으로 변하였으며, 또 새로 생긴 곳곳의 둔치에는 지역 주민들의 이용시설(공원, 체육시설 등)이 만들어져 주민의 삶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천문학적 수치로 들어가던 한·수해 보상비나 피해복구비도 거의 절감되었다.
그런데 그 많은 농지가 되살아나고, 침수농지가 수리 안전답으로 변하였으며, 또 주택 침수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사라지고, 보(洑)의 물을 끌어다가 긴요하게 이용하는 수많은 수혜 국민들은 아무런 말이 없고, 하천변에 살아보지도 않고 매년 한·수해로 심한 고통을 직접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하천을 일 년 내내 푸른 물이 넘실되며 흘러가는 낭만적인 곳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사업을 심하게 폄훼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상부 유역 안의 녹조 발생 원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는 사업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그 많은 국민의 혈세로 만든 시설을 무조건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것은 너무나 몰지각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모든 분야에 자칭 전문가나 전문집단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가끔 그들의 주장을 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 때문에,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때문에, 수력발전소는 자연환경 훼손 때문에 건설도 하지 말라고 하고 가동도 중단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현대 생활의 원동력인 전력은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생산하자는 건지 묻고 싶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국가도 모든 정책을 입안할 때는 현 정권의 치적 쌓기나 일부 반대론자의 여론에 영합하기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하여 국민이 바로 이해하도록 하고, 귀중한 재원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귀중한 수자원의 보고(寶庫), 4대강 보에 대한 편견과 폄훼 의식을 버리고 보다 효율적 관리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