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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 집 수탉의 일장춘몽! – 이호석

연초에 조류독감(AI)으로 전국의 많은 닭이 살처분되고 계란값과 닭값이 제멋대로 오를 때 집사람과 나는 집 뒤 텃밭 모퉁이에 닭장을 짓고 닭을 직접 길러 질 좋은 ‘유정란’과 닭고기를 자급자족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닭장 짓는 일이 처음이라 주위 사람에게 물어물어 일주일 정도 씨름을 하며 두어 평 남짓한 닭장을 완성했다. 기둥과 골격은 모두 지름 50밀리 정도의 철 파이프를 사용하였고, 모양도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지었다. 한 면은 콘크리트 옹벽을 의지하고 3면은 촘촘한 철망으로 둘러쳤다. 그리고 천정은 철망 위에 아크릴판을 덮어 투명하게 하였고 바닥에는 톱밥을 깔아 폭신폭신하게 하였다. 보는 사람마다 닭장치고는 호텔이라며 칭찬을 하였다. 내가 봐도 호텔은 아니더라도 닭 모텔쯤은 돼 보였다.
닭장을 지어놓고 병아리가 시장에 나온다는 3월 초부터 5일마다 서는 재래시장에 몇 번을 나갔지만, 연초의 조류독감 여파 때문인지 시장에 병아리가 도통 나오질 않더니, 4월 첫 장날에 어느 지인으로부터 병아리가 나왔다며 전화 연락이 왔다. 승용차를 타고 부리나케 갔더니 두어 달 키운 병아리라며 제법 큰 병아리를 팔고 있었다. 한 마리에 6천씩, 암놈 10마리와 수놈 1마리 모두 11마리를 샀다. 나는 닭 장사에게 수놈 한 놈으로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닭 수놈은 정력이 좋아 암놈 서른 놈은 거뜬히 거느릴 수 있다.”고 했어 모두 웃었다.
생전 처음 내 손으로 기르는 닭이라 시간만 나면 닭장으로 나가 먹이와 물을 주며 정성을 쏟았다. 내가 닭장엘 자주 가니까 평소에는 본 둥 만 둥 하던 강아지가 시샘을 하는지 내가 있는 닭장 쪽을 바라보며 시끄럽게 짖어 댔다. 짐승도 자기를 등한시하고 다른 놈을 좋아하면 시샘을 하는 모양이다. 닭을 기르면서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개밥과 닭 모이를 주어야 하고 때로는 닭장 안 청소도 해 줘야 했고, 또 앞뒤 텃밭에서 제철을 만나 밤낮없이 자라는 잡초도 수시로 매야 하니 지루할 시간이 없다.
병아리는 좋은 환경에서 잘 먹어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랐다. 병아리로 입양한 지 겨우 두 달 조금 지났는데 벌써 닭으로 이름을 바꾸어도 충분하다. 털도 기름기가 번지러 한 게 큰 닭이 다 되었다. 암탉보다는 수탉이 더 잘 큰다. 덩치도 크고 머리 위와 목덜미에 검붉은 벼슬이 남자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그런데 닭을 유심히 보니 머리가 덩치에 비해 너무 작았다. ‘아~하 저래서 머리가 둔한 사람을 보고 닭대가리라고 빈정대는구나.’ 싶었다. 머리가 작으니 지능도 단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흔히 절친한 남녀 친구가 한자리에 모여 노는 자리에서 말 많은 여친을 보고 남친들이 우스개로 “암탉이 울면 재수 없다.”라고 하면, 여친은 “암탉이 울면 계란이라도 낳지만, 수탉이 울면 이웃집 잠만 깨우지 아무 쓸모가 없다.”며 응대를 한다. 그렇다. 암탉은 계란을 낳을 때만 꼬꼬꼬 하며 운다. 그러나 어쩌랴 수탉이 있어야 2세를 이어갈 수 있는 ‘유정란’을 낳고, 수탉이 없으면 ‘무정란’을 낳으니 어찌 암·수탉의 존귀함을 논할 수 있으랴!
5월 중순 어느 날 새벽이었다. 닭장 쪽에서 “꺼어 꺽 꺼어 꺽”하는 이상한 소리가 몇 차례 났다. 나는 족제비나 고양이가 닭을 물어 죽이는 줄 알고 귀를 기울이다가 바로 일어나 닭장으로 나갔다. 닭장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수놈이 오늘 새벽, 첫울음을 울려고 목을 틔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이놈이 수탉 값을 하려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성년이 다 된 닭들이 수시로 연애질을 하는지, 아니면 난폭한 수놈이 성희롱(?)을 하는지 모르지만, 쫓고 쫓기며 끽끽대는 소리가 나고, 조금 있으면 수탉의 호탕한 울음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암탉 열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우월감과 행복감에서 오는 큰 웃음소리 같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암탉을 거느리며 목청 높여 위용을 자랑하는 수탉에게 금방 문제가 생겼다. 새벽마다 울어대는 울음소리가 이웃들의 새벽잠을 깨우기 때문이다. 아직 직접 원성은 없지만 은근히 어떤 조처를 해주기 바라는 눈치들이다.
예전 농촌처럼 시계도 없고 농사만 짓는 시절 같으면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부지런한 농부들을 깨우는 자명종이었고, 또 농촌의 낭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 놈 때문에 이웃집에 계속 피해를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스크도 씌울 수도 없으니 아무래도 수일 내 삼계탕으로 변신을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수탉의 행복(수명)은 우리 집에 온지 3개월 정도로 끝나야 하니 그야말로 “일장춘몽”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 방안에서 제 명을 달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닭장의 수탉은 또 한 번 위용을 자랑하며 우렁차게 울어대고 있다.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