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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의 힘은 야로 야철(冶鐵)에 있었다 (2) – 이성동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무렵, 한반도 남부의 낙동강 유역에 흩어져 있던 소국들로부터 출발하였다. 한반도의 남부지역을 범위로 한 가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알려면 먼저 가야가 성립되기 이전의 한반도 내 정치세력의 양상과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가야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한반도 남부는 철기문화의 확산으로 석기와 청동기가 점차 사라지면서 남부지역사회에는 큰 변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마한·진한·변한으로 이루어진 삼한사회 가운데에서도 가야와 신라의 전신인 변한, 진한의 성립과 사회구조의 변동은 가야사회의 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삼국지」동이전은 3세기 무렵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당시 한반도 남부지방 마한, 진한, 변한 등 삼한에는 각각 54개, 12개, 12개의 소국들이 있었다. 기원전 2세기 말인 B.C. 108년, 한반도를 지배하던 고조선이 멸망한 후, 한반도 북부에는 낙랑을 비롯한 한사군(漢四郡)이 설치된다. 이들의 설치를 계기로 한반도 남부지방은 철기문화가 본격적으로 성행하게 되었다. 기원전 1세기 후반에서 기원 2세기경까지 낙동강하류유역에서 유행한 목관묘(木棺墓)에서는 이전단계의 한국식청동기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도끼, 낫, 창, 칼 등 많은 종류의 실용적인 철기(鐵器)가 부장(附葬)되고 있다.
이때 가야의 소국들은 주변에 있는 다른 소국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독립적인 정치체였다. 그러나 철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국 내부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세력이 강해진 소국이 주변의 약한 소국을 제압하면서 점차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세력이 강한 소국도 아직 주변소국들을 완전히 흡수하여 직접 지배할 힘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주변의 약한 소국들과 연맹관계를 맺어 상호 공동의 원칙하에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변한 지역에서는 이들 소국들이 결집된 연맹체 전체가 ‘가야’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 연맹체제에 속한 소국들도 각각 금관가야(김해), 대가야(고령), 아라가야(함안), 고령가야(함창), 소가야(고성), 성산가야(성주) 등의 명칭을 사용하였다.
《삼국사기》〈가락국기〉에 전하는 가야의 건국설화에 따르면,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 개가 내려 왔는데, 그 중 맨 먼저 수로왕이 나와서 가락국의 왕이 되고 이어서 다른 다섯 개의 알에서도 사람이 나와 각기 5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가야왕들 가운데 수로왕이 첫째였다고 하는 것을 보아, 초기에는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금관가야가 연맹체의 주도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금관가야가 있었던 김해지역은 풍부한 철의 생산지로 알려져 있었다. 「삼국지」동이전에는 왜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이 여기서 철을 많이 사갔다는 기록이 있다. 철은 무기나 농기구의 소재였으므로 사회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었다. 또한 이 당시에 철은 무역을 하거나 물건을 매매할 때 화폐처럼 이용되기도 했다.
김해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경상도 하류에 위치하여 해상과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낙동강을 따라 경상도 내륙지방과 쉽게 교류할 수 있었고, 바다를 통해 중국 군현이나 왜와 무역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금관가야는 이 같은 자연조건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일찍부터 중국 군현과 교류하면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철과 함께 이 선진문물을 다시 내륙의 여러 가야소국에게 전해 주었다. 이러한 중계무역을 통해 많은 경제력을 지닐 수 있었던 금관가야는 소국들의 대외교역을 통제하면서 가야연맹 맹주국으로서의 지위를 든든히 구축하였다. 그러나 5세기 초반에 신라가 급속히 성장하여 낙동강 방면으로 세력을 뻗치자 남해안의 가야소국들이 연맹에서 이탈하였고, 낙동강 동쪽의 여러 나라들도 신라에 복속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그 결과 금관가야가 강력한 집권체제를 갖추기도 전에 전기가야연맹은 와해되고 말았다.
5세기 후반에 들어 가야지역 내륙산간지방에는 고령지방의 반로국(半路國)이 후기 가야세력을 재통합하면서 ‘가라국’ 또는 ‘대가야’라는 이름으로 대가야시조신화를 표방하면서 새로운 맹주로 등장하여 동일한 문화기반 내에서 성장하던 주변세력 소국들과 지역연맹체를 형성하면서 후기가야연맹제국을 이룩하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반로국의 성장과 지역연맹체 형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