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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관람기 – 권해조

지난 7월 26일, 서울 종로 피카디리극장에서 영화 군함도(軍艦島:The Battleship Island)를 관람했다. 군함도(군함모양을 닮아 부른 섬)는 일제강점기 일본 나가사키(長崎)현의 하시마(端島)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 이야기를 담은 132분짜리 영화이다. 원작 한수산 작가의 역사소설 군함도를 국내 최고 배급력을 자랑하는 CJ엔터테인먼트가 순수제작비 225억원 들여 제작하였으며, 류승완 감독에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국내 일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1945년 일제강점기 말에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욱(황정민)과 그의 외동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 건달두목 최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 전장을 돌며 위안부로 온갖 고초를 겪어온 오말년(이정현) 등의 각기 다른 사연의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군함도로 징용된다. 하지만 하시마탄광은 지하 1km에 허리조차 펼 수 없는 막장에 섭씨 45도 이상의 더위와 굶주림의 연속에 하루 12시간 이상의 석탄채굴의 강제노역을 하는 지옥의 섬이었다.
한편 광복군 소속 OSS요원 박무영(송중기)은 거물 독립운동가로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가 된 윤학철(이경영)을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다. 전쟁이 막바지에 치닫는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두고 폭파하려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을 비롯하여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많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여 결국 강옥, 칠성, 말년을 포함하여 많은 조선인은 죽고 무영과 소희 등만 탈출에 성공한다. 탈출에 성공한 배가 서서히 군함도를 떠나면서 일본패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1945년 8월9일 나가사키 핵 투하의 섬광을 보면서 영화가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개봉에 앞서 투자 및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한 3가지 관전포인트와 같이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강제징용과 희생이 감춰져 있는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가 관객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자극했다. 또한 황정민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투혼과 캐릭터에 녹아든 생동감이 넘치는 열연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군함도에 끌려온 조선인들의 비참한 모습과 삶의 의지와 열망이 폭발하는 대규모 탈출신의 긴장감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었으며, 탈출과정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폭파신은 스펙터클한 볼거리였다.
특히 영화에서 황정민의 유창한 일본어를 바탕으로 특유의 코믹과 능청스럽고 인간적인 매력, 진한 부성애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소지섭도 거친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였고, 송중기도 조선인들의 탈출을 이끌며 남성적인 모습으로 최후까지 살아남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정현의 풍부한 감성연기와 소지섭과 멜로, 김수안의 아역연기도 돋보였다.
이 영화는 종래의 반일영화와 같이 일제강점기 씻을 수 없는 민족의 아픔과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는 또 하나의 고발장이다. 그래서 이 영화도 국뽕(지나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비하하는 속어)이란 혹평과 창작물이냐, 역사적 사실이냐 등 논란이 많다. 그러나 종래의 영화와는 달리 일본인의 착취 못지않게 조선인 중간관리자들의 착취와 권력다툼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해묵은 반일 감정을 다시 부추기고 일부 세력을 두둔하는 영화라며 관람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일본 우익세력에 반한(反韓)운동에 기름을 붓고, 출연 한류스타들의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고통과 시련의 실상을 그린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탈출에 너무 치중하여 전쟁의 참상으로 변질된 지적도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가 아닌 흥행을 노린 상업영화로 탈출극과 총격장면을 너무 부각시켜 지루하였다.
하시마 섬은 나가사끼 남서쪽 18km 떨어진 섬으로, 1810년부터 석탄광이 개발되어 1920년에 연20만 톤, 1941년에는 41만 톤이 생산되었다. 1944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인 800여명이 강제노역에 동원되어 3평방미터에 8명이 거주하는 지옥 같은 생활과 잦은 탄광사고, 영양실조 등으로 122명이 사망했다. 일본은 1974년 폐광하고 해저탄광 유적, 일본 근대화의 상징 등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2009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하였고, 2015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였다.
영화 제작진은 3개월간의 디자인 작업, 6개월간 시공을 거쳐 춘천근교에 6만6천 제곱미터 규모(실제 군함도의 2/3규모)의 초대형세트장을 만들었다. 내부 지옥계단, 거주지역, 선착장, 운동장 등 탄광 내·외부까지 실제 군함도를 재현하였다.
류승완 감독이 개봉 전에 가진 언론시사회에서 군함도의 이미지가 감옥과 같아 그 속에 갇힌 조선인들의 탈출을 다루고 싶었으며, 탈출은 곧 ‘과거사로부터 탈출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일제 강제노역과 수탈, 인권탄압의 현장이었던 1945년 군함도의 역사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틱하게 완성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하여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를 대비하는 거울로 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영화 군함도의 흥행을 기대하며, 대작을 만들어낸 감독과 제작진, 출연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