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홈

|수필|막걸리 예찬 – 노덕경

노덕경 논설위원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몸에는 막걸리가 좋다. 우리 식재로 만든 막걸리는 영양에서나 건강에서나 좋다. 갈증이나 허기를 면해주고, 혈액순환에 좋다. 수면촉진, 스트레스해소에도 그만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의 노폐물 배출과 피부미용까지 유익하다. 하지만 많이 마시면 위장과 대장, 간에 치명상을 주고, 뇌 조직 파괴로 방향감각, 기억장애, 치매를 부른다. 술로 인한 음주운전,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등 심각한 사회문제와 불행의 씨앗이 된다.
최초의 술은 원숭이가 나무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파인 곳에 당(糖)이 들어있는 저장한 과일이 공기 중의 효소와 만나 발효되어 원주(猿酒:원숭이가 만든 술)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나는 비교적 넉넉한 시골 중농의 집안에 태어났다. 아버지와 상머슴을 위해 항상 농주가 있어야 했고, 안방 아랫목에는 자주 술독이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으니 술이 익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랐다. 농사철에는 강아지도 부지깽이를 들고 일해야 했었다. 어머니는 중참을 머리에 이고, 어린 나는 막걸리 주전자를 날랐다. 처음에는 무거운 줄도 몰랐지만 웬만큼 가서는 손과 어깨가 빠지는 것 같아 중간에 쉬어가면, 어머니는 빨리 따라오라고 성화였다. 갈증이 나서 주전자 주둥이를 입에 물고 빨면 목이 시원했고, 주전자도 가벼웠다. 전답이 있는 곳에 도달하면 조금씩 빨아먹던 술에 얼굴이 붉어져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나는 일찍 술을 마셨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다. 동네의 길사가 있는 날에는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단자(團子)떡과 술을 얻어와 사랑채에서 요기를 했었다. 그 날도 서너 살 많은 형들과 떡과 막걸리를 먹는데 형들이 칭찬하는 말에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 몰래 부엌방에 잠을 자다가, 다 토해 매타작 당했었다.
대학도 노가다 건축학과라 수업이 끝나거나 행사가 있으면 선후배와 자주 왕대포 파티가 따랐다. 당시에는 막걸리만 시키면 공짜 안주가 많이 나오는 술집들이 많았고, 때로는 술값이 없어 도망치다 걸리는 친구는 시계, 옷, 학생증을 잡혔다. 그러니 향토장학금이 오는 날 외상값을 주고나면 그달의 잡비가 모자랐다.
나는 젊어서 몸을 혹사시켰다. 성질이 밴댕이 소갈머리 같아,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했고, 친구, 동료가 좋아 주태백의 오불문(五不問)이라는 잘못된 호기(浩氣)로 술을 좋아했고 밤을 새우며 마셨다. 당시 젊은이들이 단골 술집의 시대상이 담긴 동갑시인의 애환(哀歡)시가 떠오른다.

단골술집에서/중략/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중략/
묵 한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났지만”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그 술집을 찾았다/중략/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지랄한다 묵을려면 진작묵지.”
-허홍구의 <아지매는 할매되고>

시중에 통용되는 막걸리는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두 종류가 있다. 생 막걸리는 전통방식대로 술을 담고, 순수 우리 쌀과 누룩, 물로 빚고 효모와 효소를 배양시킨 발효제다. 막걸리는 물이 80%, 나머지 20%중에는 탄수화물이 분해하여 알코올 6~7%정도 나오고,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식이섬유, 비타민B, C 등 유산균 덩어리다.
음식은 물맛에 따라 다르다. 특히 막걸리는 물, 곡류, 첨가물, 도가에 따라 다양한 술이 생산된다. 막걸리가 숙성되면 채에 걸러 상온에서 4~5일, 요즘은 냉장시설이 좋아 15일정도 유통이 가능하다. 살균 막걸리는 저장을 위해 열처리하여 안에 들어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좋은 균이 죽고, 본래의 맛과 향을 잃어 인공적으로 맛만 보완한 것이 단점이다. 장점은 유통기간이 수개월 내지 1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니 음식점에서 생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아 음식점에서 싫어하고, 유통기간이 긴 살균 막걸리를 권한다. 물론 외국에서 향수를 그리워하는 교포나 외국인들을 위해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서민들이 먹는 막걸리는 고유의 전통식품이다. 신토불이, 우리품평대회에서 겨누어 포상하고 알려야 하나, 대기업이 오래 유통하고자 몸에 좋은 균을 죽인 막걸리를 외국의 품평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선전하고, 영양가 몰려있는 현미쌀눈을 깍지 말고, 영양가를 발효시켜 살아있는 막걸리를 생산해 국민건강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막걸리는 몸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이 10여 종이 들어있다. 항암물질이 포도주, 맥주보다 70배 많이 들어있고, 유산균도 요구르트의 100병에 맞먹는다. 막걸리 맛이 텁텁하다고 해서 윗물만 따라 마시는 사람도 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텁텁한 막걸리에 가라앉은 부분이 유산균과 항암물질인 ‘스쿠알랜’, ‘파네졸’ 등이 있어 마실 때는 잘 흔들어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 최근 젊은이들이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 열풍이 불었다. ‘웰빙’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몸에 좋아,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24% 증가했고 특히 일본의 젊은이들이 우리 막걸리를 좋아한다.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는 말이 있다. 백가지 약 중에 으뜸이 술이라 했다. 신이 내린 최고의 음식이 술이다. 명장 ‘정인지’, 문호 ‘서거정’, 명신 ‘손순호’ 등이 만년에 막걸리로 밥을 대신하여 장수했다고 한다. 애주(愛酒)로 반주(飯酒)가 최고다. 과음만 피하면 어떠한 건강식보다 우수한 영양제가 막걸리다. 살아있는 생 막걸리가 술이요, 신토불이 우리 몸에 가장 우수한 술이 막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