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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귀촌인의 외로운 투쟁을 보고 – 이호석 논설위원

얼마 전부터 합천신문 광고란에는 어느 사람을 지칭하지도 않고 우리 사회의 부정을 고발하는 광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뜻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내용은 이러하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농협조합장 선거와 관련하여 부정한 돈을 받아 수사기관에 고발하였으나, 그 수사 결과가 자기의 바람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과 자기는 사회정의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웃이나 지역민들로부터 비난과 함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분의 불만스러운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선거에 따른 부정행위를 용기를 내 어렵게 고발했는데도 관련 기관의 수사가 미온적이고 적당히 마무리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인 수사, 즉 관련자들의 전화통화 내용이나 거래통장 등을 세밀히 확인하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 양식 있는 훌륭한 분들도 많을 텐데, 누구도 부정한 행위에 대해 언급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자기를 나무라는 눈치라는 것이다.
마치 우리 사회에 회자하는 말로 눈(目) 한 개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 눈이 두 개인 정상인이 가면 장애인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부정을 고발하고 바른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정의심 강한 이 분이 오히려 왕따를 당하고 있고, 부정행위에 관련된 사람들이 더 떳떳이 큰소리를 치고 있다니 정말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의 광고에 의하면 이러한 선거 때가 되면 부정한 돈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중국 후한 시대 높은 벼슬에 있던 ‘양진’이라는 사람이 지인의 청탁을 받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돈을 가지고 부정한 청탁을 하려고 온 지인을 보고 처음에는 좋게 나무라며 당장 돈을 가지고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지금은 밤이고, 내가 어르신께 이렇게 찾아온 것을 아무도 모르니 받아 달라고 애걸했다. 이에 ‘양진’은 화를 내며 왜 아무도 모른단 말이냐. 자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거늘,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며 호통을 쳐 돌려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끔 한 번씩 새겨 볼 만한 이야기다. 설령 하늘과 땅은 두렵지 않더라도 돈 몇 푼에 나의 가장 중요한 양심을 사고팔았으니 장본인 두 사람과 어쩌면 그 가족들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선거이든 간에 돈을 주고받는 것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돈을 주고 당선된 사람은 그 행위가 들통이 나지 않아 법적인 문제는 피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양심은 속일 수는 없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돈으로 매수한 그 자리가 떳떳하지 않을 것이며, 평생 죄의식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돈을 받고 양심을 판 사람 역시 그러한 죄의식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당선된 사람을 보면서 진심으로 지도자나 대표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분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한다. 지역 내 특히 농협 관련 선거에서 가장 부정이 많고, 이로 인해 모든 선거 풍토를 더럽히고 있다는 말이 떠돈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또 옆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보통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방관하기가 일쑤다. 그동안 관련 기관에서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선거풍토가 지금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돈을 받고 고발을 한 귀촌인은 서울에서 살다 오신 분으로 70대 중반이시다. 아직 농촌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대체로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반면, 농촌 사람들은 사소한 범죄 행위에 대하여 관용하고, 무엇이든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의식이 좋은 것 같지만, 나쁜 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각종 선거에서 돈을 주고받는 부정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행위다. 흔히 어떤 선거에 어느 사람이 출마한다는 소문이 나면 먼저 그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재력부터 묻는다. 능력과 인물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자체가 아주 불순한 생각인 것이다. 귀촌인이 광고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정작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들은 아예 선거에 나올 엄두도 못 내고, 선거판은 거짓말쟁이와 졸부들의 무대가 되고 만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당면과제로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다. 중앙 정치무대의 적폐만 적폐가 아니다. 지금같이 어느 한 부분만 적폐청산을 하려는 것은 마치 정치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말 나라다운 나라, 바른 사회 만들기를 위한 적폐 청산을 하겠다면,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그리고 지역은 지역대로 모든 적폐를 발본해서 혁명적 청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인들의 부정행위를 보고 손가락질하고 욕을 한다. 내가 돈을 받고 찍는 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선출한 것이다.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지금 우리들의 생활은 예전과 비교하면 모두 잘산다. 선거 때 주는 돈 일이십 만원으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집 살림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양심을 팔고 우리 사회를 더럽히는 그런 행위를 하지 말자. 선거 때 받는 돈은 금액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질서와 민주주의 근간을 흐리게 하는 아주 엄중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 귀촌하여 혼탁한 선거 풍토를 고쳐보겠다고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그분의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이왕 이 고장에 오셨으니, 농촌의 좋은 환경에 빨리 융화되어 이웃들과 잘 지내시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