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풍득수(藏風得水) 이야기(134) – 진대수 풍수가 겸 수필가
조상의 영혼을 잘 모셔야하는 이유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을 잘 모시는 것은 후손의 당연한 도리이다. 나무 밑의 뿌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뿌리가 깊숙이 내려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다. 나를 존재(存在)하게 하는 나의 뿌리는 바로 조상이다. 생명체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가장 존귀한 게 뭐냐 하면 자기 자신이다. 그러면 가장 존귀한 내 몸뚱이를 낳아준 사람이 누구인가? 나의 근본이 무엇인가? 바로 내 조상이다. 조상의 유전인자가 계계승승(繼繼承承)해서 잇고 또 잇고, 전하고 받고 해서 내 몸까지 이어 내려왔다. 내가 그 유전인자에 의해 혈통을 이어받아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그러니까, 조상은 하나님보다 더 높은 존재다. 따라서 사람은 제 조상을 잘 받들어야 한다.
자살하는 동물은 오직 사람뿐이다. 사람만이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 영생(永生)의 고리를 잘라내는 악업을 행한다. 풍수에서는 삶의 원동력인 생기가 부족하거나 생기를 받지 못할 때 자살을 한다고 본다. 사람이 활기차게 사는데 꼭 필요한 생기로는 공기, 영양소, 물 등과 같은 생리적 요소도 있지만 꿈과 야망, 그리고 영감(靈鑑)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요소도 있다. 다른 동물은 생리적조건만 갖춰지면 성장하고 번성하나, 영혼을 지닌 사람만은 신령적(神靈的) 생기까지 갖춰야 살 수 있다.
모든 생기는 자연 속에 존재한다. 풍수에서는 생기가 왕성한 곳을 택해 살면 인생이 행복해 지고 쇠잔한 운명도 다시 일어나고 병든 생명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사람이 귀하거나 천하거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병드는 것 역시 생기를 받는 과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고목이 뿌리를 통해 새 나무에 정기를 뿜어주듯 조상의 유골에서 발하는 생기와 에너지 역시 후손에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손들이 조상의 분묘를 잘 돌보는 것이 정신적 생기를 얻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지리학이 산천에서 연료와 곡식을 구하기 위한 학문이라면 풍수는 바람과 물에서 사람의 행복과 번영을 찾는 학문이다. 사업이 잘 되고 집안도 번성하고 후손들이 건강하다. 이것을 보고 우리는 무심결에 조상의 음덕이라고 말한다. 흔히 조상이 찾아와 나를 해친다. 조상 탓에 되는 일이 없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못 가신 영혼의 기가 후손에게 안 좋게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편하고 즐겁게 살기위해 적절한 자연조건과 좋은 환경을 고려해 생활 근거지를 마련한다. 이것이 양택의 구성 원리이다.
산 사람만 편하게 잘 먹고 잘 지낼 일이 아니다. 땅에 묻힌 시신도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역시 주변 각종 자연여건을 따져 편안하게 있도록 해줘야한다. 범세계적인 인간의 기본 윤리와도 직결된다. 미국은 수 십 년이나 지난 지금도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에서 실종된 미군 병사의 유골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자국병사의 유골을 이역만리에 방치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시신수습부터 먼저 하지 않는가. 이 같은 인간의 집념이 있는 한 음택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