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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학관을 찾아서 – 박인욱 논설위원

  1. 문학관을 찾아서
    여러분,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학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예, 바로 합천에 있습니다. 전국 유일의 ‘어린이’라는 글이 붙은 ‘향퍄이주홍어린이문학관’이 합천호와 영상테마파크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곳을 찾아 황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에는 가을이 인간에게 베푸는 향연(饗宴)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햇살은 차 안에 머물고 주위의 빛깔은 수평선으로 다가옵니다. 어느덧 문학관에 이르고 차에서 내린 필자를 여기서부터 어린이문학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맞이합니다. 낙엽에 발을 묻고 햇빛을 등진 안내판 탓인지 올 때와 달리 필자의 마음에는 때 이른 황량함을 느낍니다. 이내 몸을 좌로 돌리고 보도가 깔린 길을 따라 아이들 놀이터 같은 작은 공터에 섭니다. 향퍄 선생님이 여자아이와 책을 보는 동상이며, 문학관을 알리는 현대식 건물이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를 만난 듯 햇살 아래로 호흡을 숨깁니다. 사진을 찍고 선생님의 생애가 적힌 표지석을 봅니다. 비록 평일이지만 아이들 소리 하나 없이 필자의 글 읽는 소리만이 마음에 구멍이라도 난 듯 들려옵니다.
    1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선생님의 유품이 있는 공간으로 눈길이 따릅니다. 옛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한 책과 펜과 원고지들, 풍경보다 시간을 간직하고픈 사진기, 선생님이 한쪽에 걸어둔 옷을 입고 금방이라도 나올듯한 흰 줄무늬가 얇게 박힌 검정 정장 등 이들이 하나같이 기지개를 펴며 가을 단풍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이 곳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깊은 고독이 저를 이 곳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2. 선장 없는 문학관
    합천에 어린이문학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군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 안다고 하더라도 이주홍어린이문학관이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학관이란 사실은 잘 모르실 것입니다. 국비, 도비, 군비를 합쳐 22억원 가량이 투입된 향파이주홍어린이문학관은 2011년 12월 개관하여 2018년 지금까지도 관장 없는 문학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100여개 이르는 문학관이 있으며 경남에만 15개의 문학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남의 15개 문학관 중 관장이 없는 문학관은 단 두 곳이며, 이 중 한 곳은 사고로 공석(空席)이었다 다시 문학관 관장을 공모하므로 엄밀히 말해 합천 문학관뿐입니다. 2009년 당시 이주홍 선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고, 합천문인협회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도움으로 합천군이 문학관 건립 의지를 피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합천 출신인 향파 이주홍 선생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널리 알리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합천인이라면 누구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합천 문학인 발굴에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문학관이라는 이점을 활용하고, 전국의 문학인들과 어린이들이 합천을 방문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변의 명소와 연계한 관광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는 제대로 실현되지도 못한 채 항구에 묶인 배와 같이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배에는 선장이 있듯 문학관에도 미래 지향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신념을 가진 책임자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우리는 간혹 선장이 없더라도 선원들에 의해 배가 유지되고 관리되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배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 있지 정박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합천에 있고 우리나라 유일의 어린이문학관인 향파이주홍어린이문학관도 만 7년째 정박 중인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828-7’이라는 항구에서 전국을 향해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선장 없이 배를 띄우는데 걱정하듯 이제는 관장 없는 합천 문학관을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