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해인사 소리길로 (6)
이병생
합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농산정을 지나 조금 올라오니 돌탑천지를 이루는군요!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돌을 쌓아 소원을 비는 모양으로 쌓았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장난삼아 남이 쌓아 놓으니 쌓았을 사람도, 취미로 혹은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돌탑을 쌓았을 것입니다. 목교를 지나 조금 올라오니 진달래꽃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군요. 흔히 우리는 진달래꽃과 철쭉꽃을 혼동할 때가 있습니다. 비교를 한번 해 볼까요. 먼저 진달래꽃은 개화시기가 4월이며 붉은 색을 띠지요. 꽃과 잎의 순서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오지요. 서식하는 장소는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양지를 좋아하고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다른 이름으로는 참꽃, 두견화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면 철쭉꽃은 5월에 피면서 연분홍색을 띠고 꽃과 잎이 동시에 핍니다. 보전이 양호한 산림 음지를 좋아하고, 독성이 있어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흔히 개꽃, 연달래라고도 부릅니다. 올라오다 보니 곤충들도 많이 보이는군요. 수서곤충은 생활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중에서 생활하는 곤충류를 말합니다. 즉 하루살이류, 강도래류, 날도래류 등은 흐르는 물에 사는 곤충입니다. 잠자리, 노린재 등은 대표적으로 고인 물에 살고 있지요. 해인사 계곡에는 수질이 아주 좋아 많은 종류의 물고기와 곤충들이 살고 있지만 5등급 수질(BOD10.0이하)에는 어떤 수서곤충도 살수가 없습니다.
소리길을 걸으면서 삼림욕은 빠뜨릴 수가 없군요. 울창한 숲 속에서 피톤치드를 마심으로써 신체의 건강 향상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게 하는 자연 건강법입니다. 삼림욕을 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요.
● 울창한 숲속의 계곡 물가에 많이 있는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순환을 돕는 등 문명병을 없애 줍니다.
● 울창한 숲속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은 신체의 리듬을 회복시키고 산소공급을 원활히 하여 반사 신경 등 운동신경을 단련시켜서 인체 건강에 유익합니다.
● 숲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테르펜이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합니다.
그러나 국내 침엽수 수종별 중에서도 피톤치드 함양이 가장 적은 것은 리기다소나무(겨울0.7, 여름0.8)이며, 가장 많은 것은 편백나무로(겨울5.2, 여름5.5)이며, 소나무는 겨울1.7, 여름1.3입니다.
올라올수록 나무의 종류도 많고 물푸레나무도 많이 보이는군요.
왜! 물푸레나무라고 하느냐고요? 물푸레나무는 가지를 빻아서 물속에 담그면 푸른색 물감을 탄 것처럼 물이 푸르게 바뀐다하여 물푸레나무라고 부릅니다. 5월에 녹색의 꽃을 피우고 9월에 잠자리 날개모양의 열매가 열립니다. 건너편 도로변에는 취적봉이라는 해인9곡 중 제8곡과 19명소 중 하나인데 산모양이 탕근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탕근바위라고도 부릅니다. 이곳에는 도로가 S커브로 되어 있으며 해인19명소 중 6명소가 함께 모여 있는 곳입니다. 제 6곡인 강풍뢰와 제5곡인 음풍뢰, 제3곡인 완재암, 분옥폭, 제월담, 최고운 선생이 붓을 간추려 기문(記文)한다는 뜻으로 붓으로 먹물을 찍는 형태의 바위인 체필암. 옛 자료에는 체필암이 바위명문이 새겨져있다고 전하나 도로개설을 하면서 명문은 도로 속으로 묻혀 버렸다고 합니다. 체필암은 넓고 큰 너럭바위로 가운데에 깊은 홈이 파여 있어, 예부터 글을 쓰기 위한 벼루 형태의 바위라고 전해집니다. 봄에는 드문드문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가을에는 익어가는 나뭇잎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조선시대 신필청이 쓴 “유가야산록(遊伽倻山錄)”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1681년 1월21일 낙화암을 지나 분옥폭에 이르렀다. 음풍뢰, 완재암, 제월담, 광풍뢰를 보니 모두 최치원이 이름 붙인 곳으로 지금도 바위에는 자획이 완연하여 난새와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 같으니, 최치원이 쓴 것임을 의심할 수 없다. 손으로 어루만지며 오래도록 돌아 갈 것을 잊었으니 어찌 다만 산과 시내가 아름다워서 그러하겠는가? 아니면 또한 최치원의 풍취를 그리워하여 그려했는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음풍리, 체필암, 모두 해인사 골 안에 있다. 이 지역에 봉우리가 사방에 우뚝하고 급한 물결이 바람을 뿜어서 소리가 전진(戰陳)의 말(馬)과 같다. 커다란 돌이 시내를 임했는데 이끼가 끼지 않고 미끄럽기가 갈아 놓은 것 같아, 붓으로 글씨를 쓸 만하다” 찬성 강희맹이 일찍이 남쪽지방에 유람하다가 여기에 와서 “이와 같이 훌륭한 곳이 아직도 이름없다하니 어찌 문인묵객(文人墨客)의 부끄럼이 아니겠는가?” 하고 이에 물은 음풍뢰, 돌은 자필암이라 하였습니다. 음풍뢰 시(詩)에 “뿜은 물방울은 뛰는 구슬이 급하고, 놀란 물결은 주름진 비단이 깊다. 바람맞이에서 볼수록 부족한데, 웅덩이 밑에는 용이 있어 읊조리네” 하였고, 채필암 시(詩)에 “쇠로 깎은 듯 천 길이 장하다. 구름이 피어나니 일만 구멍이 서늘하다. 완(頑)하여 아는 것 없이 우뚝 선 것은 다만 창창(蒼蒼)할 뿐이다” 하였습니다.
19명소 중 시(詩) 한수를 보면,
《취적봉》
春山春雨染靑螺(춘산춘우염청라)
石氣涳濛樹影多(석기공몽수영다)
玉笛數聲雲不捲(옥적수성운불권)
也知峰月浴銀河 (야지봉월욕은하)
산봉우리 봄비 내리니 푸른빛 물들고
돌엔 서기가 가득하고 나무그림자 짙어 지네
옥피리 몇 가락에도 구름은 걷히지 않으니
봉우리의 달이 또 은하수에 목욕함을 알겠도다.
《음풍뢰》
溪聲山色朅來中(계성산색걸래중)
如羾寒門累始輕(여공한문루시경)
陶令臨流何足較(도령림류하족교)
浪吟明月與淸風(낭음명월여청풍)
물소리와 산 빛사이로 오가는 가운데
한문에 오른 듯해 세속(世俗) 누(累)가 비로소 가벼워지누나
도연명이 시냇물의 결(潔)함에 어찌 족(足)히 비길까
나도 명월(明月)과 청풍(淸風)을 낭랑(朗朗)하게 읊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