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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일상 1. – 송영화한국문인협회 합천지부장

푸른 숨쉬는 들녘에
분꽃처럼 아침이 피어오르면
들길위로 하나 둘 등장하는 사람, 사람들
온몸으로 견디었을 지난밤 태풍걱정
걸음이 바쁘다

발길에 채이는 이슬 빛 고운 아침
일상에 시름 저만치 밀어 잊고
둘러보는 아침인사
화답하는 푸른 숨결
그저 반가워
민족의 먹거리 민족의 자존심
거창한 것은 몰라도
이 맛에 살고
눈 시린 진녹색 아침은 배부른데

멀리 있는 손주녀석 꿈결에 다녀 간 뒤
눈길에 밟히는 생각
할아버지 냄새난다던 녀석 생일이 언제더라
가만히 펴보는 빈손
쌀 마늘 감자 담아, 부처 보내고
택배영수증 위안 삼아 자위하는 부정

그래 할아버지는
네 녀석에게서 나는 도회지 냄새가
살맛이란다.

봄이면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꾸어 가을이면 거두고 겨울이면 갈무리하는 농부일상에서 가을 만큼 가슴이 꽉 찬 계절도 없다. 어린자식 키워서 대처로 보내고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또한 이 다르지 않으리라.
마당이 좁도록 뛰노는 아이들 ……….. 십수년 만에 아기울음 소리 담을 넘어나는 한가위 행복 속에 야원 목 들어 먼 산 외로운 묘지 바라보는 늙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곧 올 만추는 단풍으로 위로 하리라……
새벽 마른 잡초 어우러진 들길을 간다. 누구도 반기는 이 없어도 제 삶을 다하는 그들에게 머리 숙여 본다.
발길에 차이는 이슬방울들 살며시 만져도 녹즙이 묻어 날 것 같은 산하는 가을색으로 퇴색하고 마른 들국화 송이 수줍은 인사가 정겹다.
가을이면 사랑 그리움 그 많은 사연들 가끔 한켠으로 밀어두고 또 다른 가을을 갈무리 해본다. 주책인가?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의 나이에도 아직 가을을 타는 가? 여기도 저기도 바라보는 곳 모두가 막힌 듯 답답한데 금방이라도 차가운 물방울 떨어 질 것 같은 가을 하늘만 시원하다.
더 짙은 농도에 끌려가는 나는 아직 더 많은 것을 채워 야 하는 가 삶의 길에 눈길 마주치는 모두를 사랑하고 항상 손에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하루의 기억을 소중한 추억으로 갈무리 하고 싶다.
덧없이 논바닥을 쓸고 나가는 바람에 겨울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