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
공원석
전 합천중학교장
‘온고지신’이란 논어의 위정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님께서는 “옛 것을 익히어 새 것을 알면 이로써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느니라(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고’는 역사를 가리키며 ‘온’은 고기를 모닥불에 끓여 국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말에는 역사를 깊이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사태를 정확히 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도 옛것을 익히는 데에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창조 발전하는 데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옛것을 접함에 있어서도 옛것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옛것의 현대적 의의를 탐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잊으면 방향을 잃은 항해와 같다.
우리 음식 중에서 김치를 보자. 우리나라 김치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초기엔, 김치는 순무를 장에 담는 장아찌 형이거나 맑은 소금물에 절여 국물 채로 먹는 동치미김치가 주류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초기까지의 김치는 장아찌류, 동치미류, 짠지류 등으로 발전해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김치의 주재료로는 무, 오이, 가지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을 것으로 본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도입되면서 소금물에만 담그거나 천초, 회향 등의 향신료에만 의지했던 김치절임에서 고춧가루를 첨가하게 되었을 것이다. 고춧가루를 사용함으로써 김치의 부패를 방지하고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경험하면서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여러 종류의 김치가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김치를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서 오늘 날엔 그 영양학적인 가치와 독특한 맛이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세계적 음식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 온고지신의 참다운 뜻이다. 그럼에도 옛것을 복사하거나 비슷함을 따르는 것을 온고지신으로 착각하는 듯한 상황들을 보면 답답하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참 뜻은 접어두고 옛 형식을 본뜬 구조물을 만들거나 지명이나 기관명칭 등이 과거의 이름만을 따르는 경우가 그러하다. 특히, 합법성이나 주민의 폭넓은 참여과정도 생략된 채 개인의 성향에 따라 뜻 맞은 사람들만이 모여서 여론을 결집하고는 이를 호도하는 경우도 없지 않는 것 같기도 하여 안타까움이 더하다. 국가차원에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해야 할 과제를 지역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단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가 아닌 경우를 사실같이 정리하거나 바른 구조물이 아니면 이를 뒷날 바로 잡으려고 한다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도 훨씬 못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진실이다.
어떤 과업을 실행하려면 먼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이며 그 결과는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명확해야 한다. 많은 경비를 투입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과업의 명칭이나 새겨지는 글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올바름과 효과이다. 누구이든 어떤 위치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온고지신’이라는 명분으로 후손에게 짐을 안겨서는 안 됨을 학교교육에서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