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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목공방 현장봉사 취재기 (1) – 송염만 소설가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은 바야흐로 복판으로 치달았다. 어느 곳 허물어져 가는 노인의 방에는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고 있을 것이다. 무한경쟁 체제의 속물로 변해버린 현대인들은 제 살기에도 바빠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전통사회의 가치관을 기대할 수 없는 이 시대에, 늙는 다는 건 곧 가족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길, 노년의 고독은 주름만큼 깊어진다. 선진 산업화의 산물 핵가족화가 뿌리내린 지금, 누구라 몸을 오므리며 떨고 있을 노구의 몸으로 다가갈 것인가. 이런 때, 합천 마을지기 목공방 대원들이 출동한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대원들은 목공방에 모여들어 추위를 녹일 사이도 없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각종 장비와 자재들을 트럭에 실었다. 합천읍 안계마을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굽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이곳저곳에 축사가 눈에 들어온다. 축사 뒤편으로 여느 농촌마을과 다름없이 지붕이 낮고, 낡은 집들이 모여 있다. 일행이 차를 멈춘 곳은 그 중 낡은 집 앞, 독거노인이 사는 곳이다, 일행을 맞는 주인은 80줄이 넘어선 허리굽은 할머니, 남성보다 여성이 수명이 긴 현실을 반영하며, 오래 손볼 사람이 없던 집 안은 곳곳이 무너질 듯 위태롭다. 겸연쩍어하는 노파를 마을회관으로 모셔 놓고, 대원들은 방 안의 장롱이며 가구들을 꺼낸다.
농촌의 옛집이 다 그렇듯 잡동사니까지 치워냈는데도 방 안은 비좁다. 비좁은 방 안으로 최종욱 단장과 류기형 교수, 최창열 대원 등, 몇몇이 몰려 들어갔다. 단장 최종욱은 경북대 명예교수로 합천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며, 류기형 교수는 마을지기 목공방 목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대원들의 부족한 기술을 채워줄 겸, 이번에도 기꺼이 봉사에 참여하는 성실함을 잊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간 이들이 벽과 천장에 들어갈 자재들의 치수를 재는 동안, 바깥 대원들은 자재 재단에 필요한 작업대를 설치했다.
작업대 상판에 장비를 설치하고 나니 마당마저 차버린다. 이 집의 입구는 승용차 한 대 비집고 들어올 공간조차 없다. 트럭에서 부려놓은 자재들을 입구에도 걸쳐놓아 집 공간 전체가 협소해 진다. 입구가 좁다는 건 오랜 세월 자가 승용차가 없었다는 증좌이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 또한 버스가 다니기에 적당치 않다. 실제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병원은 먼데, 찾아갈 교통수단이 없다는 – 코 앞이 병원이요 약국인 도시 노인들의 삶의 질과 비교되는, 이동 수단에 대한 농촌 독거여성 노인들의 불편한 현실은 이곳에서도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겨울 해가 차가운 공기를 데우며 번졌는데, 마을은 나는 새의 날개 짓도 들릴 만큼 고요하다. 이런 마을에 예닐곱 대의 승용차와 열 명이 넘는 낯선 장정들이 모여들었으니, 이장이 나타날 만도 하였다. 털모자를 덮어 쓰고 나타난 이장은 눈매가 선하고 입술이 두툼하여, 후한 상을 보인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거푸 쏟아냈다. 역시 털모자를 눌러 쓴 새마을 지도자와 부녀회장으로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할머니도 작업장을 기웃거리고는 덕담을 늘어놓고 갔다. 그들이라고 이 집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쳐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건드리면 허물어질 것 같은 이 낡은 집에다 손을 댈 기술이 없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다시 방 안 – 협소한 공간에 여러 명이 들어 있다 보니, 작업자의 움직임이 꿈들만도 한데, 최창열 대원은 거구의 체격과 달리 연장을 다루는 손놀림이 날렵하다. 그는 최종욱 단장의 보조를 받으며, 류기형 교수와 함께 천장과 벽에 붙일 보온재의 치수를 파악하는가 하면, 바깥 작업자들에게 자재 재단을 주문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주택수리에 이골이 난 경험자로 마을지기 목공방에서는 볼 수 없는 개인 장비까지 동원한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바깥 작업장에는 노태윤, 김기태, 강영섭, 손영일, 조옥환 등의 대원들이 안에서 주문하는 집성목을 자르는가 하면, 이상석, 김성욱, 심재수 대원 등은, 벽에 붙을 석고보드를 자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석고보드의 이면엔 두터운 보온 스티로폼이 붙어있다. 이때쯤 마을회관에서 라면을 끓여 놓았다는 통고가 왔다. 딴엔 봉사를 한답시고 폐를 끼칠까 싶어, 라면은 대원들이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인정이라는 게 그럴 수 없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완강한 고집이 있어, 대원들은 라면뿐 아니라 잘 지은 쌀밥에 찬거리까지 푸짐히 대접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밥상을 마련해 준 할머니들의 거동이 예사롭지 않다. (다음호에 계속)